자살과 사회적 마녀사냥: 한 배우의 죽음을 통해 바라보는 깊은 우리 사회
최근 한 배우가 마약 의혹을 둘러싼 언론 보도와 여론의 압박 속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마약이라는 중대한 사회적 문제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이 결합하면서, 대중의 시선은 그 배우의 개인 윤리와 범죄 여부에 집중되었다. 하지만 이 죽음은 단지 한 사람의 나약함이나 일탈로만 볼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현대 사회에서 유명인의 사생활은 '공적 이익'이라는 이름 아래 끝없이 소비된다. 특히 마약이나 성범죄처럼 도덕적 논쟁을 야기하는 사안이 등장할 경우, 공론장은 극단적으로 흑백논리에 빠지기 쉽다. 이 과정에서 ‘사실’은 종종 ‘의심’에 밀려나고, 혐의만으로도 한 인간은 완전히 고립되며 심판당한다. 우리는 이것을 ‘마녀사냥’이라 부른다. 마녀사냥은 더 이상 중세의 우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온라인 댓글, 유튜브 알고리즘, 탐사보도라는 이름의 도덕 재판 속에서 실시간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잘못된 도덕적 충동이나 일시적 여론의 과열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점점 더 타인의 고통을 판단하고 해석하고 단죄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대중은 자신이 정의롭다는 확신 속에서 '공동 감시자'가 되어, 한 개인의 삶과 정신을 해체하고 검열하며, 궁극적으로는 파괴한다. 이 메커니즘은 사회적 약자뿐 아니라, '한때의 스타'조차도 보호받지 못하는 위태로운 환경을 만들어낸다.
특히 마약이라는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복합적 중독, 정신질환, 환경, 사회적 고립 등 다층적인 원인이 얽힌 병리 현상이다. 우리는 마약 사용자에게 사회적 지탄과 형벌만을 부과하는 동시에, 그들이 왜 마약에 의존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하지 않는다. 의료적 치료, 재활, 상담 등의 구조는 뒷전으로 밀리고, 대신 '연예인', '범죄자', '타락자'라는 라벨이 먼저 붙는다. 이는 실질적 문제 해결이 아닌, 도덕적 우월감과 분노 해소를 위한 정서적 소비에 가깝다.

자살은 궁극적인 단절이자, 세상과의 마지막 관계 단절이다. 자살에 이르게 한 환경과 구조에 대한 성찰 없이, 단지 '약했기 때문'이라거나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냉소는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우리는 왜 누군가가 죽어야만 반성하고, 왜 그 죽음을 또 다른 혐오의 출구로 삼는가. 그것은 단지 고인이 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윤리적 상상력이 고갈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연예계 스캔들’로 소비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죽음은 우리의 사법 시스템, 언론 보도 방식,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도덕적 집단심리의 총합 결과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우선, 혐의와 범죄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 ‘혐의’는 입증되어야 하는 절차적 개념이며,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낙인을 찍는 것은 사실상 사적 제재에 불과하다. 우리는 법과 여론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언론의 책임과 자제가 필요하다.
둘째, 마약 중독자를 단순한 범죄자가 아닌 치료 대상자로 인식하는 시각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미 수많은 선진국에서는 중독자를 대상으로 한 심리치료 및 사회복귀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재범률을 낮추고 있다. 한국 역시 사법 중심의 대응에서 탈피해, 건강과 복지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
셋째, 우리는 ‘죽음’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성찰해야 한다. 자살은 개인의 책임으로만 환원될 수 없는, 사회적 고통의 극단적 표현이다. 그 표현 앞에서 우리는 냉소하거나 단죄할 것이 아니라, 구조와 연결망의 실패를 직시해야 한다. 죽음을 통해 타인을 다시 규정하지 말고, 그 죽음이 발생하게 된 공동체의 구조를 질문하자.
마지막으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왜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그토록 냉혹한가? 왜 우리의 공론장은 늘 피상적 이슈와 도덕적 비난에만 민감한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면, 이제는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손가락질보다 손 내미는 쪽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지 개인의 파국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무의식적 잔혹함을 드러낸다. 그 잔혹함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는 사건이 아닌 구조를, 개인이 아닌 시스템을 바라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