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스테이블코인과 국채: 금리와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잡는 비밀 병기 될까?

Mansamusa 2025. 6. 4. 19:24

2025년, 한국은 사상 첫 '디지털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공식화하며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들 대전환에 들어섰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 발표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로드맵’은 단순한 디지털 자산 관리 수준을 넘어서, 향후 수조 원 단위의 자산이 국채와 연결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이 구조는 단순한 암호화폐 유통을 넘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접점을 새롭게 설정하는 금융 실험의 장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질문이 제기된다. 디지털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 국채를 매입한다면, 이는 오히려 유동성을 흡수하고 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는가? 또, 그런 현상이 발생한다면 기존 통화정책과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며 인플레이션 억제에 기여할 수 있을까?

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경제 시뮬레이션과 그 함의를 분석해 본다.

출처: 머니투데이


 구조의 핵심: ‘준공공 자산’에 유동성을 묶는다

스테이블코인은 일반적으로 민간 발행 주체가 법정화폐나 일정 자산을 담보로 발행한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와 등가 연동될 뿐만 아니라, 그 준비자산이 ‘한국 국채’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는 사실상 디지털 시대의 준중앙은행 통화 발행 메커니즘이다.

즉, 개인이나 기관이 원화를 예치하면, 그 금액만큼의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며, 이 자금은 중앙정부의 국채를 매입하는 데 사용된다. 유동성은 공급되지만 그 사용처는 제한된다. 자본이 다시 민간 소비나 주식 시장이 아닌, 정부 재정으로 직접 유입된다.

이는 기존의 시중 유동성 확대(예: 재난지원금, 기준금리 인하)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스테이블코인은 유동성을 '묶어두는 기능'을 하면서도, 동시에 소비자 결제를 디지털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 공급은 있지만 순환 속도는 조절된다.


시뮬레이션 결과: 금리 하락 + 인플레 억제

가상의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살펴보자. 스테이블코인이 단계적으로 확산되어 2025년 10조 원, 2026년 30조 원, 2030년에는 150조 원까지 누적 발행될 경우, 그에 비례해 국채 수요가 급증하게 된다. 이로 인해 2025년 2.4% 수준이었던 국채 금리는 2030년경에는 0.75%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시중 금리 하락을 통해 정부의 조달 비용을 절감시키고, 스테이블코인의 담보자산이 국채로 묶여 있기에 유동성의 실질 흐름은 제어된다.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M2 증가율은 동일한 유동성 확대 상황에서도 4.8%에서 점차 낮아져 2.0% 수준까지 수렴하게 된다.


우려와 한계: 환율·자산시장 연쇄 반응은?

물론 이러한 시스템이 무조건 긍정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대표적인 위험 요소는 ‘외환시장’이다.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신형 화폐가 법정통화와 1:1 페깅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해외에서 거래될 경우 역외 거래 루트를 통해 자본유출 혹은 환투기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국채 수요 증가는 원화 강세 요인이지만, 동시에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일부 희생될 수 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이 전자지급결제 수단으로 대중화될 경우, 은행의 예금 기반이 약화되고 이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파급경로에 구조적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예금이 줄면 대출기반도 약해지며, 금융 시스템 안정성에 장기적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경제적 함의: 금융 민주화 vs 정책 도구화

흥미로운 점은 이 시나리오가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금융 시스템은 ‘시민 직접 자금’이 정부 국채를 매입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이는 향후 '국민참여 재정운용'이라는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구조는 정부가 금융 시스템을 정책 도구로 더욱 강하게 장악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발행 주체, 회수 시기, 준비금 기준에 따라 특정 시점에서 통화량을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 신중한 실험, 하지만 방향은 맞다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국채 매입 구조는 기존 통화정책의 대안을 넘어서는 ‘하이브리드 재정정책’의 시초가 될 수 있다.
이는 금리 인하와 인플레이션 억제를 동시에 추구하면서도, 디지털 자산과 실물 경제 간의 가교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있다.

다만 이 구조가 자산시장 거품, 외환 불안, 중앙은행의 독립성 저하와 같은 부작용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설계의 정교함과 제도권의 조율력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금리를 낮추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마법 같은 수단이 있을까?
스테이블코인 기반 국채 시스템은 그 질문에 대한 한국식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해답이 현실로 작동할지는, 이제 막 실험이 시작된 2025년 이후 5년의 시간이 답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