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리스크인가, 거래 유도용 연기탄인가: 트럼프 스타일의 경제 쇼맨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남긴 정치적·경제적 유산은 여전히 글로벌 시장의 그림자 속에서 움직인다. 특히 그가 유발한 국제 긴장과 군사적 갈등의 상당수가 시장의 구조를 뒤흔들 정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해석되곤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단기적이고 계산된 모멘텀 장세의 트리거였다는 해석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칼럼은 트럼프식 지정학 리스크의 본질, 그것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 그리고 우리가 이를 해석하고 대응할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1. 트럼프의 쇼: 위기의 설계자이자 반등의 연출자
트럼프는 전통적인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딜메이커(deal-maker) 출신의 사업가이며, 군사전략이나 외교철학보다는 '파장'과 '극적인 연출'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 이란 핵협상 파기, 중국과의 무역전쟁 등 그가 임기 중 벌였던 수많은 갈등은 결국 "타이밍과 파장을 중시한" 연출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그는 매번 위기 국면이 극에 달할 즈음, 돌연 반전을 꾀하거나 타협 제스처를 던지며 시장 반등을 유도했다. 일종의 '연기탄'처럼 작동한 것이다. 시장은 이 변덕스러운 연기와 진짜 리스크 사이에서 혼란에 빠지지만, 트럼프의 전략은 명확했다. 바로 단기모멘텀의 유도와 거래량 증폭이다.
2. "노이즈는 취급하면 된다": 단기 트레이더의 시선에서 본 지정학
트럼프식 리스크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 예측은 논리나 원칙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연출하고자 하는 “타이밍”과 “무대 효과”에 맞춰진다. 그는 경제 제재, 군사적 공세, 외교적 고립 등을 강경하게 펼치다가도, 미묘한 시점에 반전의 메시지를 흘려 시장을 출렁이게 한다.
이런 면에서 트럼프식 리스크는, 진정한 '시스템 붕괴형 리스크'가 아니다. 오히려 단기 트레이딩의 유동성 트리거로 작동한다. 금융시장에서 이노이즈는 시스템 붕괴를 예고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범위 내에서 매수·매도의 기회를 제공하는 도구일 뿐이다.
상황 과잉 반응하는 투자자 '노이즈를 취급'하는 투자자
트럼프, 북한 관련 강경 발언 | 공포에 매도 | 과거 반복 패턴 보며 반등 준비 |
중동 공습 뉴스 속보 | 시장 급락에 패닉 | 실전 전면전 확률 낮음 → 저점 매수 준비 |
연준 인사 ‘매파적 발언’ | 금리 인상 공포에 주식 매도 | 실제 FOMC 의사록 보고 판단 |
3. "진짜 리스크였다면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겠죠?"
이미지 속 글에서는 "진짜 리스크였다면 핵심 핵시설만 타격하고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도 과도한 해석을 경계한다. 이 말은 매우 중요한 통찰을 담고 있다.
만약 실제로 중동에서 전면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았다면, 이미 글로벌 원자재 가격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졌을 것이고, 미국 국채 금리는 급등하며 패닉 장세로 접어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긴장하면서도 극단적인 공포에 빠지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에도 연출 가능성이 높은 “한정형 노이즈”였기 때문이다.
4. 전술보다 시장, 리스크보다 모멘텀
군사적 갈등이 단순한 전략적 자산 공격에 그치고, 지상전이나 장기화 시나리오가 언급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리스크를 가격의 기회로 재해석해야 한다. 트럼프식 이벤트는 대부분 그 궤도 내에서 움직여왔다.
예를 들어, 트럼프 임기 당시 이란 사령관 솔레이마니 사망 사건, 북한 미사일 도발, 중국 무역 전쟁 등은 모두 초기에는 시장에 충격을 주었지만, 곧 반전과 타협의 메시지로 시장을 되돌렸다. 그것은 단지 위기 상황이 아니라 의도된 쇼였고, 설계된 반등의 시나리오였다.
5. 대응 전략: 전술적 해석력 vs. 구조적 무시전략
이런 지정학적 노이즈가 반복될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응은 두 가지다.
- 전술적 해석력 강화
- 예측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이벤트를 '시나리오 단위'로 정리하고, 과거와 유사한 패턴을 찾아 모멘텀을 예측한다.
- 예: 하마스 → 지하드 이슬라미 → 이란 → 제3국 연계 → 국지적 공습 → 타협의 흐름 → 시장 반등
-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 10월 7일: 하마스 이스라엘 공격 (250명 이상 사망)
- 10월 9~13일: 미국 증시 조정, WTI 급등, 금값 급등
- 10월 14일~20일: 이란 지원 의혹, 레바논 헤즈볼라 가세 가능성 언급
- 10월 21~25일: 미·이스라엘, 이란에 '확전 경고' 후 조정 메시지 발신
- 10월 말: 시장 불확실성 완화, 미 증시 반등
- 구조적 무시 전략
- 이러한 단기 노이즈는 트레이딩에만 영향을 미치며, 장기 투자자는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거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없음을 인식한다.
- 예: 미국 소비, 기술주 실적, 금리 사이클 등 구조적 요소에 기반한 포지션 유지
6. 스마트머니의 시선: 무시하는 자가 웃는다
스마트머니들은 이미 이러한 '연기탄 리스크'를 거래의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주가지수가 갑작스럽게 흔들리거나, 원유·금값이 일시 급등락을 보일 때, 그들은 먼저 구조를 본다. "이게 진짜 전쟁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스크립트인가?"
트럼프가 벌이는 리스크 이벤트는 거의 대부분 후자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패턴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그의 영향력이 여전히 보수진영과 공화당의 강경파를 움직이는 한, 이 연기탄은 다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 지금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분리된 시선이다
트럼프식 리스크에 대해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노이즈를 거래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그 너머에 있는 진짜 흐름(금리, 실적, 수급)**을 보는 것이다.
단기모멘텀 플레이어는 이를 기회로, 장기 투자자는 이를 무시의 대상으로 삼을 때, 우리는 시장의 진짜 중심을 잡을 수 있다.
트럼프는 쇼를 만들 뿐이다.
그 쇼의 무대 뒤에서 진짜 돈은 조용히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