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재정 지출과 정책 방향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이후, 정부의 TGA 잔고(Treasury General Account, 미국 재무부의 일반 계좌) 감소와 이를 보충하기 위한 제약적 재정 정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차기 정부가 어떤 재정 정책을 펼칠 것인가에 따라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국제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리스와 트럼프, 두 유력 대선 후보의 경제 정책을 중심으로 미국의 향후 재정 정책과 그 파급 효과를 전망해보자.
1. TGA 잔고 감소와 재정 정책의 방향성
TGA 잔고는 미국 재무부가 운영하는 일반 계좌로, 이는 정부가 세수나 채권 발행을 통해 얻은 자금을 관리하는 계좌이다. 바이든 정부가 대규모 재정 지출을 하면서 TGA 잔고가 감소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IRA 법안과 같은 대규모 지출 계획은 재정 적자를 확대시키고, 이에 따라 TGA 잔고는 줄어들었다.
이제 문제는, 다음 정부가 이 잔고를 어떻게 보충할 것인가에 있다. 재정 지출을 줄이거나, 세수를 늘리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하지만 제약적 재정 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곧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해리스나 트럼프 모두 선호하는 방향이 아니다. 특히 해리스는 바이든의 IRA 법을 유지하면서 연임 도전에 대비하는 장기 스케줄을 계획하고 있으며, 법인세 인상을 통해 일부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이 방안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
결국, 차기 정부는 국채 발행 한도를 증액하여 국채를 더 찍어내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국채 발행은 다시 한번 정부 부채 증가로 이어질 것이고,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2. 트럼프와 해리스의 상반된 정책 방향
트럼프는 2024년 대선에서 재선되면, 법인세 인하와 관세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이전에도 감세 정책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유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 성장을 촉진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에 해리스는 법인세 인상을 통해 정부 재정을 보충하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반된 정책 방향은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정책은 법인세 인하와 관세 인상이라는 두 가지 주요 축을 가지고 있다. 특히, 관세 인상은 국제 교역망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다시 한번 중국을 대상으로 관세 인상 조치를 취할 경우, 이는 소비재와 원자재 가격의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 소비재와 원자재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M2(광의 통화 공급량)의 급증이 예상된다. 트럼프가 법인세를 인하하고, 동시에 국채 발행을 늘리며, 관세 인상으로 인해 무역 전쟁을 다시 시작할 경우, 이는 M2 증가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다.
3. 관세 인상과 국제 교역망 교란
트럼프의 관세 인상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을 재점화할 가능성을 높인다. 관세 인상은 단순히 두 국가 간의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서, 글로벌 교역망을 교란시킬 수 있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관세를 인상하게 되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소비재와 원자재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 시절, 무역 전쟁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물류 대란을 일으켰고, 이는 빠른 속도로 인플레이션을 가속시켰다. 2020년 상반기부터 시작된 인플레이션은 2021년 하반기에 절정에 달했으며, 2022년으로 넘어가면서 극심한 금리 인상 국면으로 이어졌다. 이와 같은 상황은 다시 반복될 수 있으며, 트럼프의 당선 시 이러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한 번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4. 연준의 대응: 금리 인하와 정치적 부담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연준(Federal Reserve)은 정치적 부담을 안고 금리 정책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연준은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지만,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트럼프는 이전에도 연준에 강한 압박을 가해 금리 인하를 유도하려 했으며, 이번에도 같은 시나리오가 반복될 수 있다.
연준의 역레포 잔고(Reverse Repurchase Agreements, 중앙은행이 채권을 팔고 미래에 다시 사는 거래로 단기 자금 흡수의 수단)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현재 연준 내에서도 비둘기파 인사들조차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적 부담이 커질수록,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기보다는 오히려 다시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을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아직 대선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연준은 현재 고용 시장과 기업 실적이 튼튼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5. 미국 대선 이후의 경제 시나리오
트럼프가 다시 당선될 경우, 법인세 인하와 관세 인상으로 인한 급격한 경제 변동이 예상된다. 이는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채 발행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심화시킬 수 있다. 특히 관세 인상으로 인한 국제 교역망의 교란은 소비재와 원자재 인플레이션을 다시 한번 촉발할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대로 해리스가 당선된다면,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해리스는 법인세 인상을 통해 정부 재정을 보충하려고 할 것이지만, 이 방안이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해리스 역시 국채 발행을 통해 재정을 메우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재정 적자를 더욱 확대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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