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은 '지옥행 고지'라는 신비로운 현상이 발생하며 인간의 내면을 시험하는 독특한 서사로 시작된다. 인간에게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존재가 나타나 ‘지옥으로 끌고 가는’ 형벌을 선고한다. 이 작품은 인간의 두려움과 믿음을 통해 현대 사회가 겪는 공포와 불안을 치밀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특히 자연재해와 COVID-19 팬데믹이 주는 충격, 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이 가지는 믿음의 역할을 조명한다.
불가항력의 등장과 현대 사회의 공포
지옥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불가항력에 대한 두려움이다. 자연재해나 팬데믹 같은 거대한 사건은 인간이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으며, 이러한 사건이 닥칠 때 개인과 사회는 깊은 불안을 느낀다. 드라마에서 ‘지옥행 고지’라는 초자연적 현상은 예고 없이 발생하고, 이는 전통적인 종교적 믿음과 결부되어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 마치 COVID-19 팬데믹이 불현듯 전 세계를 강타해 일상을 붕괴시키고 인간의 힘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했던 것처럼, 지옥 속 ‘고지’는 인간에게 무력감을 안긴다.
팬데믹 초기 많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라는 무형의 공포에 직면했고, 과학적 대응이 부족하던 초기 단계에서는 초자연적 설명이나 음모론이 난무하기도 했다. 지옥이 그리는 세계에서 사람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포에 맞서며 초자연적 존재가 제공하는 '징벌'이라는 설명을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는 인간이 왜 재난 앞에서 기존의 믿음이나 초자연적 설명을 필요로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믿음과 집단 심리 – 재난에 반응하는 인간의 본성
지옥에서 등장하는 ‘새진리회’는 이러한 혼란 속에서 절대적 신의 뜻이라는 설명을 제시하며 신봉자들을 모집한다. 이들의 설명은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자주 찾는 안정감과 의미 부여의 역할을 한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이러한 집단적 심리가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같은 과학적 권고가 일부 지역에서는 믿음의 문제로 다루어지기도 했다. 이는 특정 신념 체계가 집단적 불안과 결합할 때 사람들이 자신의 생존을 넘어서 더 큰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게 되는 경향을 반영한다.
지옥에서 사람들은 재난을 도덕적 판단과 결부하여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새진리회’는 고지를 받은 사람들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고 주장하며 대중을 설득한다. 이러한 방식은 불안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상대적인 안도감을 얻기 위해 희생양을 찾거나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심리를 잘 보여준다. 팬데믹 동안 특정 국가나 집단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사례, 또는 일부 지역에서 재난을 도덕적 해석으로 설명하려 했던 현상과도 일맥상통한다.
현대 사회에서 ‘믿음’의 의미
지옥은 현대인들이 겪는 불안 속에서 믿음이 가지는 이중적 역할을 탐구한다. 믿음은 불확실성 앞에서 인간에게 큰 위안을 줄 수 있지만, 지나치게 맹목적이 되면 집단적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드라마에서 새진리회의 신도들은 자신들이 믿는 신념이 절대적 진리임을 확신하며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정죄한다. 이는 신념이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존을 깨뜨리고 오히려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형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와 유사하게 팬데믹 동안에도 일부 극단적 신념이나 음모론이 사람들 사이에 퍼지면서 공동체를 위협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는 인간이 재난 앞에서 얼마나 쉽게 극단적인 믿음에 빠져드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옥은 이러한 면에서 믿음이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인간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진지하게 탐구하며, 관객들에게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믿음에 대해 반추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연재해와 팬데믹을 넘어선 새로운 패러다임
지옥은 특정한 결말을 내지 않음으로써 인간이 재난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드라마의 세계관에서 인간은 초자연적 존재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해답을 찾지 못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주제로,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하거나 이해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연재해나 팬데믹, 그리고 그로 인한 불안과 공포는 인간을 나약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결론 – 지옥의 세계, 우리의 현실
지옥은 불가항력적 사건과 집단 심리를 통해 인간이 본질적으로 가진 불안, 믿음, 그리고 공동체적 대응의 중요성을 그려낸다. 우리는 끊임없이 불확실성에 직면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믿음을 되돌아보고 이를 타인과 함께 나누어 극복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드라마가 남긴 미완의 결말은 인간이 재난 앞에서 믿음과 과학, 그리고 공동체 의식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며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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