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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미국 리쇼어링, ‘0%’인가 ‘전략적 성공’인가 — 한미 관세협상과 국제무역 질서의 향방

by Mansamusa 2025. 8. 15.

7월 말 한미 간 관세협상이 타결됐다. 국내 언론은 대체로 “선방했다”는 논조를 보였다.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협상 직후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는 “리쇼어링 가능성은 0%”라는 직설적인 진단을 내놨다. 단기 성패보다 장기 전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과연 그의 분석은 타당한가, 아니면 지나치게 비관적인가.


1. 미국 제조업 부활론의 현실적 한계

장 교수의 핵심 주장은 단순하다.

  • 미국의 세계 제조업 생산 비중은 현재 16%.
  • 일본(6%), 독일(5%), 한국(3%) 등 동맹국이 제조업의 3분의 1을 미국으로 이전한다고 가정해도, 미국 생산 비중은 최대 5%포인트 증가에 그친다.
  • 이는 ‘위대한 제조업 부활’과 거리가 멀다.

또한 미국은 보호무역 장벽만 세울 뿐, 과거 일본·한국처럼 체계적인 산업정책이 없다.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과 기술 혁신이 결합되지 않으면, 단순히 공장만 이전하는 것은 경쟁력 있는 산업 생태계로 이어지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미국 기업의 자본 배분 구조다. 관세로 보호받아 이익이 늘어도 90~95%가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빠져나간다. 재투자율이 낮아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여지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장 교수는 리쇼어링 성공 가능성을 “0%”라 단언했다.


2. 보수 진영의 반론 — ‘부분적 리쇼어링’은 가능하다

반면, 보수·시장주의 시각에서는 미국의 전면적 리쇼어링은 어렵더라도, 핵심 전략 산업에서는 부분적 성공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CHIPS법 효과
    • 반도체·배터리 분야에서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이 이미 집행되고 있다.
    • 삼성전자, TSMC, 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이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현실화됐다.
  2. 공급망 재편 압박
    •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반도체, 국방, 에너지 등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는 ‘동맹국 내 생산’ 원칙이 강화되고 있다.
    • 이는 단순 경제 논리보다 정치·안보 논리가 우선하는 영역이다.
  3. 고용과 정치적 인센티브
    • 러스트 벨트 지역 일자리 창출은 선거 전략상 필수 과제다. 일부 산업의 리쇼어링은 정치적 필요에 의해 강행될 수 있다.

즉, 전체 제조업 부활은 불가능하더라도, 핵심 산업에서는 제한적·전략적 리쇼어링이 진행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3. 한미 관세협상의 본질 — ‘정상적 협상’이 아니었다

장 교수는 이번 협상을 “조폭식 압박”이라고 표현했다. 이미 비준된 FTA를 무시하고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한 것이 핵심이다. 이는 합법성 논란이 있는 행위이며, 미국 내에서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따라서 이번 합의를 두고 잘했다·못했다를 단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중요한 것은 이후의 대응 전략이다.

  • 미국이 또 다른 요구를 내밀면 어떻게 대응할지,
  • 장기적으로 ‘탈미’와 다자 연대 전략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4.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일부 국내 언론은 관세협상 타결을 두고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긍정적인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장하준 교수는 이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다수의 무역·안보 합의에서 합의문을 뒤집은 전례를 지적하며, **“그가 한 약속은 법적 구속력보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파리기후협정, 이란 핵합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국제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거나 조건을 변경한 사례가 반복됐다.

또한 미국 내 정권 교체 가능성은 협상 내용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 차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정책 방향이 바뀌고, 이미 체결된 협상도 폐기되거나 수정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장 교수는 이번 합의로 법적·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보수 진영 역시 이 부분에는 일정 부분 동의한다. 특히 ‘정책 지속성’이 약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다만 이들은 협상 타결이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일부 완화했다고 본다. 예컨대 협상 이전에 환율이 불안정하게 움직이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합의 소식 이후 일정 부분 안정세를 찾았다. 또한 수출 계약 체결이 보류되거나 지연되던 일부 품목에서 발주 재개 움직임이 나타났다.
즉, 장기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지만, 단기 시장의 불안 요인 일부는 제거됐다는 것이 보수 진영의 현실적 판단이다.


5. 리쇼어링의 정치경제학 — 미국은 왜 이 길을 택했나

미국 제조업이 쇠퇴한 데에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

  • 1950년대 세계 제조업 점유율 60%에서 지금은 16%로 하락.
  • 자유무역과 주주자본주의 결합으로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
  • 임금 억제와 비용 절감으로 단기 이익은 늘었지만, 재투자는 부진.
  • 가계부채 확대와 저가 수입품 의존으로 소비를 유지.

이 구조가 한계에 부딪히자, 트럼프 행정부는 보호무역과 리쇼어링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산업정책이 결합되지 않는 한 정치적 레토릭에 그칠 위험이 크다.


6. 한국의 전략 — 돈보다 주권을 지켜라

장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양보할 거면 돈으로 하고, 주권은 지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기서 말하는 주권은 기술·금융 규제·과세·농산물 등 경제정책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다. 한 번 내주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차라리 방위비나 투자 확대 같은 금전적 양보가 낫다는 것이다.

이는 좌·우 진영 모두에서 공감 가능한 실용론이다. 주권은 장기 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7. 결론 — 0%와 부분적 성공 사이

미국 리쇼어링의 미래는 장하준 교수가 말한 ‘0%’와 보수 진영이 말하는 ‘부분적 성공 가능성’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 전체 제조업 부활은 비현실적이다.
  • 그러나 전략 산업에서는 보조금·규제·동맹 압박을 통해 일정 성과를 거둘 수 있다.
  • 문제는 그 성과가 장기적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정치적 이벤트에 그칠지다.

한미 관세협상은 그 자체로 끝난 게임이 아니다. 이번 합의는 오히려 한국이 앞으로 어떤 협상 전략과 산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지 시험대가 될 것이다.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고, 미국 중심 질서는 장기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미국의 단기 압박과 중국·유럽 등 다자 세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핵심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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