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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비오는 수능날, 17년 전을 회상하며

by Mansamusa 2023. 11. 16.

수능이 좋은 기억으로 남은 사람이 있을까? 

 

그때 당시에는 인생의 끝처럼 느껴졌다. 시험 끝나면 굳이 체점해보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다. 자신이 원했던 대로 봤는지, 아닌지. 

 

나는 후자였다. 참을 수 없는 화가 났다. 저녁 같이 먹기로한 부모님에게 짜증만 내고 그냥 집에 와서 밥도 안 먹고 멍하니 있었다. 

 

"이제 내 인생은 실패했구나." 

 

이런 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17년 지나 생각해보니 그때 생각이 맞았다.

 

결국 바꿀 수 없었다. 내가 원했던 삶은 시간이 지날 수록 멀어져 갔고, 내가 한 선택이지만 주변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한 경우가 많아졌다. 어쩌면 애초부터 "내가 원했던 삶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인터넷 기사나 여러 사이트에서 공부가 다가 아니니 괜찮다고 말하는 것들이 보인다. 누구에겐 맞는 말이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아니다. 특히나 가난하거나, 특별한 재능이 없거나, 너무 평범한 사람들,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그런 단 한 번의 실수가 인생을 결정한다. 

 

사실 그게 아니라면 왜 그런 소리들을 하겠는가? 그것이 진실이니까 위로하는 것이다. 

 

나도 자살 생각했었다. 당연히 누구나 그런 결과값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빠르게 인생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다음 기회를 찾는 것이 자살하지 않는 비결이다. 

 

실수였을까? 아니면 그게 내 실력이었을까? 수능 결과는 평소 실력 대비 사탐 빼고 전 과목에서 1등급씩 낮게 나왔다. 점수 맞춰서 등록금 가장 저렴한 대학으로 갔다. 부모님께 죄 짓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 결과값에 고등학교 3년이란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냥 검정고시 보고 혼자 도서관에서 공부해도 그정도 수준은 나왔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럼 적어도 1년은 당겨서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럼 실패한 인생이라도 조금 일찍 시작해서 만회할 기회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생겼을 텐데. 

 

 생각을 정리해보면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고등학교3년을 다닌것과 문과를 간 것이다. 검정고시를 봤어야 했고, 이과를 갔어야 했다. 문과를 가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많은 경험을 한 것은 장점이겠지만 전문성이 결여된 것은 단점 중에 단점이다. 그리고 다양한 경험은 이과 가도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17년동안 실수를 만회하려 많은 일들을 벌였지만 아직도 실패한 인생이다. 아직 40년 정도 더 남았으니 분명 만회할 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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