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중고차 타고 다닐 때는 아무도 안 건드리던데 새차만 사면 사람들이 이렇게 박을까요?
그것도 대낮에 주차장에 내 차밖에 없는데 딱 내차만 골라서 박으셨답니다. 기분 째집니다. 새 범퍼로 무료 교환해주신다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요.
그래도 다행인 것이 범퍼만 찢어졌다는 것입니다. 본넷까지 작살났다면 아마 견적도 견적이지만 수리기간도 오래 걸렸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받은 대차가 렉서스입니다. 사실 카푸어답게 비엠이나 벤츠를 받고 싶었지만, 이 회사에서는 렉서스하고 테슬라뿐인데, 그나마 테슬라도 다 나가서 렉서스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23년식이라니 새차라 한번 타볼만 하겠다 싶어서 받았습니다.
실내 디자인은 올드합니다. 뭔가 비엠이 생각나지만 비엠보다 덜 화려한 느낌의 실내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의자는 역시 제네시스만 못합니다. 처음에는 편했지만 계속 앉아있으니 뭔가 허리가 살짝 아파옵니다. 물론 시트를 맞게 조절하면 좀 낫긴 한데, 제네시스 시트의 포근함을 따라올 수는 없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승차감과 방음입니다. 차안에 들어가서 문을 닫는 순간 외부와 단절된 느낌이 들 정도로 방음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차에 타서 시동걸 때는 몰랐는데, 와이프가 데릴러 올 때 들어보니 밖에서는 엔진 소음이 꽤 있는 편인데도 차 안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았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달릴 때도 노면소음이나 주변 소음이 엄청 감소되어 들린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건 모델3가 극심해서 제가 더 큰 차이로 느낄 수도 있겠지만, 현기차와 비교해봐도 놀라울 수준입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승차감"이라는 단어는 그냥 감성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제까지 제가 타본 차를 나열하자면, EF소나타(2년), 엑센트(3년), 벤츠 E클래스(대차), G70(렌트), 아이오닉(5, 6), BMW520d(친구차), 모델3(4년), 모델s(시승) 총 8종의 차를 타봤지만, 승차감이 다 거기서 거기였기 때문에 큰 차이를 못느꼈습니다. 물론 다른 카푸어 분이 보신다면 벤츠와 비엠이 다른 차들과 왜 똑같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런 말 해드리고 싶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 해보자고. 그 둘은 감성적인 영역에서 다른거지 사실 제 엉덩이는 똑같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렉서스는 달랐습니다. 마치 홍보대사라도 된 것처럼 쓰고 있지만, 저는 일개 카푸어일뿐입니다. 확실히 방지턱 넘을때가 미쳤는데, 다른차들은 그냥 떡 삼키는 기분(테슬라, 현기차는 퍽퍽한 건빵)이라면 렉서스는 버터를 넘기는 기분이랄까요? 운전해 봐도 느낄 수 있고 옆에 타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미친듯이 부드러운 주행질감이었습니다.
일본차답게 사운드 셋팅이 K-POP과 J-POP에 초점이 맞춘 것 같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이매진드래곤 노래는 그냥 현기차나 테슬라가 더 좋게 들리고, 요아소비나 아이돌 노래들(아이브나 르세라핌, 뉴진스 등)은 볼륨을 10으로 해놓았는데도(차 안에서 대화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수준) 마치 소리가 온 몸을 감싸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이건 방음이 잘 되어 있어서 더 그렇게 느끼는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한계는 분명했습니다. 2500cc인데 어처구니없이 힘이 딸리는 출력, 오래된 실내 디자인, 지니나 멜론 연동이 없는 시스템, 전륜구동, 불편한 네비 등 모델3랑 바꿀래? 라고 말하면 싸대기 때릴 단점들입니다. 오죽하면 꿈에 모델3가 나올 정도로 그립더군요. 오토파일럿도 없으니 모든 도로가 불편했고, 조향보조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덜 스트레스 받을 정도였습니다. 아무리 멍청해도 운전해주던 머슴(오토파일럿)이 없으니 너무 불편합니다.
출력에 관심없는 할아버지 스타일 운전자, 사운드와 방음을 중요시 하시는 분, 이 가격대에서 승차감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에게 추천드리는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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