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중심 상법 개정, 누구를 위한 변화인가?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소액주주 보호와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뿐 아니라 주주에게까지 확대하고,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의무화하며,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명칭 변경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이 개정안이 한국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변화는 과연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할 개혁인가, 아니면 기업 환경을 흔드는 위험한 도박인가?
1: 충실 의무 확대와 소송 리스크의 증가
이번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주 각각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에서 충실 의무의 적용은 불가능에 가까운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예컨대, 장기 투자자와 단기 투자자의 요구는 상반될 수 있다. 이사의 모든 결정이 주주 전원의 이해를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특정 주주가 불만족을 이유로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면, 소송 남발로 이어져 기업 경영이 위축될 위험이 크다. 재계는 이를 **"소송공화국의 또 다른 출발점"**으로 우려하고 있다.
2: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 해외 투기자본의 침투 경로?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을 골자로 한다.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 제도는 행동주의 펀드와 해외 투기자본이 이사회에 침투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특히 해외 자본이 결집해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대주주와 국내 이해관계를 가진 주주들의 영향력은 축소된다.
한국경제인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10대 기업 중 4곳, 30대 기업 중 8곳이 해외 투기자본에 의해 이사회의 과반수를 내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자본 다수결의 원칙을 무너뜨리며, 오히려 소액주주 보호라는 취지와 모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3: 독립이사 확대 - 작은 기업엔 독이 될 규제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이사회의 3분의 1 이상으로 독립이사를 늘리는 방안은 대기업에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에는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독립이사를 선임하는 데 추가 비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적합한 독립이사를 찾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아예 이사회 자체를 축소해 규제 요건을 억지로 충족시키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는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지배구조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독립이사라는 명칭이 실질적인 독립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한, 제도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4: 글로벌 경제 흐름과 한국의 역주행
세계 각국은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며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은 기업 지원책을 통해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있으며, 미국은 트럼프 당선 이후 자국 산업 보호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 상법 개정안으로 국내 기업에 불필요한 리스크를 증가시키고, 해외 투기자본에 문을 열어주는 역행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계는 이러한 상황이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외국 자본의 수탈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결론: 소액주주 보호와 기업 경쟁력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상법 개정안의 취지는 소액주주 보호와 지배구조 개선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개정안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은 기업 경영 환경을 악화시키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침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와 주주 보호 사이에는 신중한 균형이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글로벌 경제 환경을 고려하며, 제도의 실효성과 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섣부른 개정은 한국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실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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