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story

제주항공 추락, 도덕게임에 빠진 한국: 누구의 책임인가?

by 인생오십년 2024. 12. 30.

1. 제주항공 추락사고, 단순 사고인가?

최근 제주항공의 항공기 추락 사고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큰 충격을 안겼다. 사고 원인으로는 정비 불량, 안전 점검 미비, 그리고 무리한 운항 스케줄 등이 지적되었지만, 이를 단순한 기술적 오류나 운영상의 실수로만 볼 수 있을까?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기업의 잘못이라기보다는, 한국 사회에 내재된 구조적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도덕게임"과 한국 사회의 연결고리

(1) 지위 게임과 도덕게임의 개념

영국의 사회학자 윌 스토(Will Storr)의 책 *지위게임(The Status Game)*에서 도덕게임(Morality Game)은 인간이 자신의 지위를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도덕성을 활용하는 현상을 설명한다. 도덕게임에서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우월한 존재임을 증명하고자 노력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지위를 얻으려 한다.

  • 지위 게임의 주요 요소:
    • 도덕적 우월성: "나는 옳다, 너는 틀렸다."
    • 사회적 인정 욕구: "내가 도덕적으로 우월하니 나를 인정해달라."
    • 타인 비난: 상대방의 비윤리성을 강조하여 자신의 지위를 높이는 방식.

(2) 한국 사회와 도덕게임의 상관성

한국 사회는 도덕게임이 특히 극대화된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도덕적 우위를 내세워 상대를 비판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정당화한다. 제주항공 사고를 바라보는 여론 역시 이러한 도덕게임의 일환으로 작동하고 있다.


3. 제주항공 추락사고 속 도덕게임의 양상

(1) 기업 비난으로 이어지는 도덕적 우월감

사고 이후 가장 먼저 터져 나온 것은 제주항공에 대한 거센 비난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윤을 위해 안전을 희생시킨 기업"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워 제주항공을 도덕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간주했다. 이러한 비난은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한 건설적인 논의보다는, 여론의 도덕적 지위 경쟁으로 흘러가는 경향을 보였다.

  • 주요 비난 내용:
    • "기업의 탐욕이 초래한 비극."
    • "안전보다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춘 결과."

(2) 정부와 관계 기관에 대한 책임 전가

제주항공뿐 아니라,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국토교통부와 항공안전 당국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항공 안전 규제를 강화하지 않았다"는 비난과 함께, 정부가 사전에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도덕적 비난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정부 책임론을 통해 개인적 혹은 집단적 분노를 해소하려는 도덕게임의 한 단면일 수 있다.


4. 도덕게임이 한국사회에 미치는 부작용

(1)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도덕적 경쟁

도덕게임은 비난의 화살을 제주항공과 정부에 돌리며, 사고의 근본 원인을 탐구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방해한다. 예컨대, 항공사들이 비용 절감 압박 속에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는 환경이 근본 원인이라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도덕게임은 이러한 생산적인 논의를 가로막는다.

(2) 희생자를 도구화하는 여론

사고 희생자들은 안타까운 사건의 중심에 있지만, 도덕게임의 맥락에서는 그들의 비극이 도덕적 비난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희생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 제주항공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왜곡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5. 제주항공 사고를 통해 본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

(1) 안전보다 효율을 우선시하는 문화

한국 사회는 안전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항공업계에서도 빠른 운항과 비용 절감이 우선시되며, 이는 종종 안전 문제를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하게 만든다.

  • 대표적 사례:
    • 항공기 정비 인력 부족 문제.
    • 항공 안전 규정 준수 여부에 대한 허술한 관리.

(2) 비난 중심의 여론 형성

여론이 사고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기보다는, 특정 대상(기업, 정부 등)을 비난하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사고 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논의보다는, 여론의 도덕적 우위 경쟁을 부추긴다.

(3) 책임 회피를 부추기는 문화

비난이 특정 대상에게 쏠리게 되면, 그 외의 관련 이해관계자들은 책임을 회피하게 된다. 이는 사고 예방 및 개선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6. 도덕게임을 넘어 문제 해결로

(1) 사고의 구조적 원인 분석

제주항공 사고를 단순히 기업의 탐욕이나 정부의 실패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항공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특히, 비용 절감 압박 속에서 항공 안전이 어떻게 확보될 수 있을지 논의가 필요하다.

  • 해결 방안:
    • 항공 안전 규제 강화 및 정비 인력 확충.
    • 정부의 항공 안전 감독 체계 개선.

(2) 여론의 도덕게임에서 벗어나기

사고를 둘러싼 도덕게임은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데 도움을 주기보다는,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한국 사회는 도덕적 비난의 유혹을 벗어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7. 결론: 제주항공 사고가 남긴 과제

제주항공 추락사고는 단순한 항공사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한국 사회가 효율과 비용 절감이라는 명분 아래 희생된 안전성, 그리고 도덕게임에 치우친 여론 구조를 극복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도덕적 비난에 갇히지 않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질 때, 비슷한 비극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기본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한국 사회가 이 교훈을 되새기고 변화하기를 기대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