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피그마(Figma)는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공모가는 33달러였지만 상장 당일 주가는 130달러를 넘기며 300% 이상 상승했고, 시장은 환호했다. 디자인 협업 SaaS의 승리, 어도비(Adobe)가 인수를 시도했던 전설적인 기업, 그리고 ‘포스트 어도비 시대’를 이끄는 주역으로까지 치켜세워졌다. 그러나 과연 이 같은 평가가 정당한가? 기술적·사업적 기반이 탄탄한가? 우리는 지금, 지나치게 부풀려진 피그마 신화의 그림자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1. 실질적 기술 혁신 없는 ‘패키징 혁명’
피그마는 종종 “디자인 업계의 구글 문서”로 불린다. 웹 브라우저에서 실시간으로 디자인 협업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으로 언급된다. 그러나 이는 혁신적인 기술이 아니다. 기존의 Sketch, Adobe XD도 이미 클라우드 연동 기능을 갖추고 있었고, 실시간 협업 역시 별도 플러그인을 통해 구현할 수 있었다.
피그마는 이 기능들을 **적절히 조합해 일관된 사용자 경험으로 ‘패키징’**했을 뿐이다. 다시 말해, 기술의 내용보다 ‘사용성의 포장’에 성공한 사례다. 이건 마치 도서관에 있던 책들을 테마별로 재배열해 ‘핫플 서점’을 만든 것과 유사하다. 대단한 통찰력일 수 있지만, 근본적인 기술 장벽을 넘은 건 아니다.

2. 과대포장된 성장률과 매출
피그마는 2025년 2분기 기준 연 매출 약 10억 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작년 대비 약 40% 증가한 수치로, 표면적으로는 매우 인상적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피그마의 매출은 프리미엄 구독 모델과 기업용 라이선스에서 나온다. 문제는 대부분의 중소 디자인 팀과 스타트업이 여전히 ‘무료 요금제’에 머물러 있으며, 유료화 전환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용 라이선스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그 기반은 팬데믹 기간 동안 과잉 유입된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대고 있다.
즉, 피그마의 매출 성장률은 ‘본질적인 제품 수요 증가’보다는 외부 환경 덕분에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면이 강하다. 미국 내 금리 인상과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자금 감소가 맞물리면 피그마는 성장률 둔화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3. 지나친 밸류에이션 — 실적보다 ‘이야기’에 베팅
2023년 어도비가 피그마를 200억 달러에 인수하려다 규제 당국의 제재로 무산된 사건은 피그마의 존재감을 드높였다. 그때부터 시장은 “200억 달러가 기준선”이라는 암묵적 인식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인수가는 실적보다 ‘기대와 방어 논리’의 함수다. 어도비는 자사의 Adobe XD가 실패한 상황에서 피그마에 대한 경쟁력을 제거하고 싶었을 뿐, 실제 가치 평가와는 별개다.
2025년 상장 시점에서 피그마는 약 193억 달러의 시가총액으로 출발했으며, 이는 매출 대비 PSR(주가매출비율) 19배 수준이다. 고성장 SaaS 기업의 평균 PSR이 10~15배인 것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고평가된 셈이다. 게다가 흑자가 아닌 상태에서의 이러한 밸류에이션은, “이야기에 투자한 시장”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피그마의 ‘디자인 혁신 신화’에 기대어 주식을 사지만, 그 실적은 여전히 적자이고, 수익 모델은 협업 SaaS에 한정되어 있다. 향후 경쟁자 등장이나 생태계 이탈이 일어난다면, 이 프리미엄은 급속히 무너질 수 있다.
4. 클라우드 기반의 구조적 한계
피그마는 100% 웹 기반 툴이다. 이는 장점이자 동시에 구조적 약점이다. 모든 디자인과 협업이 클라우드에 종속되기 때문에, 대용량 그래픽 처리나 복잡한 벡터 작업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인터넷 속도나 서버 불안정에 따라 작업 효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보안 측면에서, 기업 내부 디자인 자산이 외부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되는 구조는 대기업 IT 보안 정책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몇몇 금융권이나 보안 민감 산업군에서는 Figma 사용이 제한되거나 금지된 사례도 존재한다. 이런 점은 피그마가 추구하는 ‘전 산업군 협업 툴’로의 확장에 큰 걸림돌이다.
5. 경쟁자의 부활 가능성
피그마가 지금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기술 장벽이 낮은 디자인 툴 시장에서는 반격은 언제든 가능하다. 어도비는 인수 실패 이후 피그마에 대응할 신규 협업 툴을 개발 중이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들도 ‘디자인+코드 통합 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오픈소스 기반의 협업 디자인 툴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은 ‘요금제 없는 유연성’을 강점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피그마가 고평가된 주가와 고정된 구조를 유지한 채, 빠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 시장은 5년 전처럼 또 다른 혁신을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다.
피그마, 단순한 도구인가 신화인가
피그마는 분명히 유의미한 UX를 만들었다. 실시간 협업, 가벼운 UI, 커뮤니티 중심의 확장은 디자이너들에게 자유를 줬고, 개발자와의 경계를 허물었다. 그러나 지금 피그마는 혁신을 넘어서 ‘과잉 서사’가 되고 있다. 실적 없이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SaaS라는 포장을 넘어선 기술적 내실 없이 시가총액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결국 투자자가 감당해야 할 거품이 된다.
시장은 지금도 이야기 중심의 IPO를 열렬히 환영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이야기의 끝은 회계장부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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