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최고조, 기업수익도 증가할 것이라는 밝은 예상 속에도 불구하고 긴축정책과 외부로부터 쇼크 재료에 의해 매물이 쏟아지는 역금융장세가 '이상매도' 국면이라면, 경기후퇴와 기업수익의 감소라는 조건에서 나타나는 역실적장세는 '현실 매도'국면이다. 게다가 현실의 악재를 하나하나 반영하며 하락하니 최종적으로 주가하락 그 자체가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투자자의 무차별적인 투매를 유도한다.
따라서 코스피 평균주가의 추세를 보면 역금융장세에서 기술적 반등이 일시적으로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매도 국면인 역실적장세에서는 앞서 폭락한 가격에서 한 단계 더 끌어내리는 것이 통상적인 주식장세 바닥 진입 패턴이다. 그러나 최초의 역금융장세 이상매도 국면에서 큰 폭으로 하락하면 이 폭락에 의한 저가가 큰 바닥이 되고 이후 조정이 길어지고 이 바닥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그 전형적인 예가 1987년 뉴욕시장의 블랙먼데이 때 폭락과 그 후의 움직임이다. 그해 8월 25일 다우 30종목 평균 지수가 천장을 치고, 9월에 들어 뉴욕 연방은행에 의한 프라임 레이트의 대폭인상으로 채권시세가 하락하고 주식장세 국면은 역금융장세에 들어갔다.
※ 프레임 레이트
은행이 일류의 우량기업에 적용하는 최우대 대출금리로, 금융기관이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기준금리라고도 부른다. 프라임레이트는 은행이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차등금리를 적용할 경우에 적용하는 가장 낮은 금리로 한 국가의 금리수준의 지표가 된다.
뉴욕다우는 8월 25일 2,722달러 42센트의 사상 최고치에서 9월에는 한때 2,500달러 전후까지 급락했다. 10월 초에는 2,600달러대로 반등하였으나 다시 주가는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 매매가 매도신호를 나타냈기 때문에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사상 최대의 대폭락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즉 뉴욕다우는 10월 19일에 1,738달러 41센트까지 하락했다. 이는 8월의 최고치에서 36%나 하락한 것으로 전세계 주식시장에 패닉(panic) 현상을 초래하였다.
뉴욕다우가 이 하락폭을 메운 것은 1989년 10월 9일이다. 주가는 이렇게 회복되었으나 이 때 받은 월 스트리트의 상처는 깊어 그 후유증은 장기간 계속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는 이 조정기간 중에도 호조를 보여 국민총생산은 확대를 지속하여 평화시로서는 최장기를 기록하고 있다. 즉 경기후퇴, 기업수익의 대폭적인 악화라는 어려운 역실적장세에 빠지는 그러한 국면이 회피되었기 때문에 실제 악성 매물을 처분하기 위한 두 번째 바닥은 시현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보는 각도를 달리하면 최초의 폭락이 너무 컸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라면 역실적장세에서 시현할 최고치로부터의 하락폭을 역금융장세 국면에서 단숨에 달성해버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강세장세가 금융장세를 바탕으로 하여 실적장세로 일정한 순서를 밟고 전개되는 것에 비해, 약세장세는 종종 회오리바람이나 태풍처럼 주식시장을 엄습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현대 컴퓨터의 발전과 함께 국제금융시장의 연계성이 진전되면 더 한층 과거와 같은 경기순환과 주식장세와의 연동성이 상실되고 그것이 약세장세의 스타일을 다양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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