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의 감상 원칙에는 '옛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과 '옛 사람의 마음으로 읽는 것'이 있다. 이는 앞서 살펴본 '옛그림 읽기'와 후에 다룰 '옛 그림에 깃든 마음'에서 볼 수 있다.
감상요령의 첫째는 좋은 작품을 많이 자주 보는 것이다. 예술품을 이성으로 접근해서 지식으로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소중한 것은 감상자 개개인의 체험 속에서 만나는 것이다. 사람은 익숙한 것에 대하여 경계심을 풀고 친근감을 느끼며 결국은 좋아하게 된다. 분명한 것은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는 것이다. 좋은 작품을 무조건 많이, 자주보는 것을 통해 형성된 안목이 설멸 지적인 것이 아니라 막연한 것이라도, 이는 허황된 권위로 포장된 기성 학계의 틀에 박힌 설명보다 훌륭한 것이다.
둘째는 작품 내용을 의식하면서 자세히 뜯어보는 것이다. 주의 깊게 살펴본 사람이 감탄해 마지않는 작품도 건성으로 그저 휙 지나쳐 본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게 마련이다. 작품 내용을 의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작품을 내손으로 직접 그대로 옮겨 그리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사람은 임모(臨慕)할 능력이 없다. 그래도 그림은 눈과 마음으로 베껴낼 수 있다. 작품을 차근차근 살펴보고 내용을 혼잣말로라도 중얼거리다보면 작품은 우리 뇌를 통과해서 감장사의 마음속에 각별한 각인을 남기게 된다. 특히 조형을 언어로 바꿀 때 그것은 마음속에 간직하기 쉬운 형태가 된다. 이를 기술(記述)이라 한다. 물론 이렇게 기억된 것은 작품을 손수 베껴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기술은 모사에 버금가게 작품 내용을 의식하면서 자세히 뜯어보는 행위이다.
셋째는 오래 두고 보면서 작품의 됨됨이를 생각하는 것이다. 오래두고 본다는 것은 몇 시간이 아니라 몇달 몇년, 한인간의 평생에 걸쳐 보는 것이다. 훌륭한 그림은 훌륭한 인간과 같이, 만나면 만날수록 더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세월이 가면 갈수록 더 진가를 발한다. 그런데 어떤 작품은 처음에는 매력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매력이 줄어들고, 반대로 어떤 작품은 첫대면에서는 별로였지만 보면 볼수록 끌리는 깊이가 있다.
그림이 음악과 다른 점중 하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늘 부분부분 쫒아가며 감상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림은 한눈에 전체를 다 볼 수 있다. 그림이 전체적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정지된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시로 전체와 다양한 세부를 번갈아가면서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이점을 갖는다. 그림 감상이 음악 감상보다 쉬운 이유는 한눈에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고, 반대로 어려운 이유는 음악처럼 시간을 따라 펼쳐지는 세부를 자동적으로 음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흔히 걸작은 한 획의 붓질도 덧댈 수가 없고 또 한 휙의 붓질도 덜어낼 수 없다고 한다. 그 완벽한 조화속에는 작품이 표상하는 영원함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주제, 소재, 상징, 구도, 필치, 색체, 통일성, 다양성, 운율감, 재질감, 원근감등 다양한 요소로 구축되어있다. 각각의 측면은 또 다른 측면과 밀접하게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때문에 아주작은 부분조차 전체를 반영한다.
그림을 보는 방법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자신의 삶의 내용에 비추어서, 자신의 교양과 안목과 기분에 맞추어 볼 수 있다. 때문에 볼 때마다 달라진 감상자의 기분이 작품 보는 눈을 새로운 각도로 조정한다. 또 긴 세월이 흐른뒤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일도 많다. 작품이 어떤 면모가 자신에게 기쁨을 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는 것은 감상자 스스로가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감상자의 즐거운 몫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옛 그림 속에서 지나간 역사를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작품을 그린 화가라는 한 인격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작품에 녹아있는 화가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옛 그림에서 그리운 한분의 옛 조상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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