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거래량’ 하나만으로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단정 짓는 글들이 퍼지고 있다. 특히 세종시를 예로 들어 거래량 급감과 전세가율 하락을 이유로 하락장 전환을 주장하는 글이 화제가 되고 있지만, 이는 지나치게 단편적인 해석이며 여러 경제적, 정책적 요소를 무시한 위험한 주장이다. 아래에서는 이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자 한다.
‘거래량 증가 = 상승장’, ‘거래량 감소 = 하락장’이라는 단순화의 오류
글쓴이는 거래량이 증가하면 시장 활황, 감소하면 침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단순한 논리다. 거래량은 가격과 마찬가지로 ‘후행 지표’에 가깝다. 예를 들어, 정부의 대출 규제나 세금 정책 변화 등 외부 요인에 의해 거래량이 줄어들 수도 있고, 이와 별개로 가격은 유지되거나 상승할 수도 있다. 실제로 과거 2017년~2018년 서울 강남권은 거래량 감소 속에서도 가격은 꾸준히 상승한 바 있다. 즉, 거래량은 시장 흐름의 보조적 지표일 뿐, 단독으로 시장 전환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
전세가율이 낮으면 실수요가 없고, 높으면 실수요가 있다는 논리는 지나치게 단편적이다. 전세가율은 시장 전체의 수급, 금리, 전세 제도 변화, 지역 수요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금리가 높아지면 매수보다 전세 선호가 강해지므로 전세가율이 낮아지는 것이지, 실수요가 없어서가 아니다. 또한, 세종시의 경우 행정기관 중심의 특수 수요가 있어 실거주 패턴이 일반 도시와 다를 수 있으며, 단순히 전세가율이 낮다고 실거주 수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다.
갭투자가 전/월세 물량을 줄인다는 주장은 논리적 비약
해당 글에서는 "단기 갭투자자들이 들어오면 전/월세 물량이 줄어든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현실과 맞지 않다. 갭투자자는 일반적으로 전세를 끼고 매입하기 때문에 전세 공급 물량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매수 자체가 늘어나면서 공급이 일정 부분 유지되는 효과를 만들기도 한다. 또한, 실거래가 신고와 잔금 및 등기 사이의 시차는 모든 부동산 거래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부분이지, 이를 근거로 시장 왜곡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거래량 감소를 이유로 실수요자의 매수 심리를 부정하는 것은 무리
거래량 감소는 다양한 이유로 발생할 수 있다. 금리 상승, 세금 정책, 경기 위축, 심리적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것이 곧장 ‘실수요자가 시장을 외면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기 수요가 증가하는 구간에서는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줄 수 있고, 이는 오히려 향후 시장 상승의 신호일 수도 있다. 실수요자는 통상 보수적이기 때문에 정책 변화나 가격 방향성을 확인한 후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거래량 감소를 실수요의 철회로 단정 짓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세종시 특수성을 무시한 과도한 일반화
세종시는 수도권과 다른 특수한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수요 구조가 다르다. 국회분원, 대통령실 이전, 공공기관 재배치 등의 논의가 지속되는 한, 외부 수요는 꾸준히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단기 투자자들이 있었다고 해서 시장 전체가 왜곡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해수부 이전이 악재라고 하지만, 중앙정부 기능이 재배치되는 것이 세종 전체 시장의 근본적 약화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자전거래와 시장 조작 가능성 언급은 의도적 공포 마케팅
글에서는 고가 자전거래나 실거래 미등기 등을 근거로 가격 띄우기 음모를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일부 개별 사례일 뿐이며, 전체 시장의 흐름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극단적인 주장이다. 현재 부동산 실거래가에 대한 관리와 과태료 제도도 엄연히 존재하며, 업계 전반이 불법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식의 서술은 음모론적이다. 실거래 신고 제도와 국토부 데이터는 엄연히 공식 통계를 바탕으로 하며, 이를 전부 부정하는 태도는 설득력이 없다.
수급 논리 강조는 타당하지만, 거래량만으로 수급 판단은 곤란
수급은 분명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거래량만을 근거로 수급을 판단하는 것은 일면적이다. 공급 측 요인(분양, 준공 예정 물량, 인허가 속도 등)과 수요 측 요인(가구 수 증가, 금리, 소득, 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수급 판단이 가능하다. 거래량이 줄었다고 해서 수요가 없는 게 아니라, ‘매도자와 매수자의 눈높이 차이’ 때문일 수 있다. 현재처럼 금리가 높은 시기에는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간극이 벌어져 거래 성사 자체가 어려워지는 현상이 흔하다. 이는 시장이 조정 구간일 수 있다는 의미이지, 곧바로 폭락 신호는 아니다.
시장은 단기 심리에 좌우되지 않는다
글 말미에는 "몇 백만원 수익을 노린 갭투자자들의 선동에 속지 말라"고 하지만, 이는 독자의 불안을 자극하는 표현이다. 시장은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 않으며, 수많은 실수요자와 실거래, 정책, 금리, 인구, 도시계획 등 복합 요인에 의해 움직인다. 세종시 부동산 시장의 향방 또한 특정 커뮤니티 글 하나로 결정되지 않으며, 그런 시각은 시장 참여자들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하락장은 확정’이 아니다, 예측일 뿐이다
해당 글은 마치 세종시 하락장이 확정된 것처럼 서술하고 있지만, 이는 분석이 아니라 주장에 가깝다. 데이터는 해석 가능성을 제공할 뿐이고,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하락 가능성도, 반등 가능성도 모두 존재하며, 어느 한쪽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문제는 데이터를 ‘선동의 도구’로 사용하는 태도다. 시장은 예측할 수는 있어도, 단정할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해석할 때는 거래량, 전세가율, 수급, 정책, 금리, 심리 등 다양한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거래량만을 근거로 시장의 상승과 하락을 단정 짓는 것은 무리이며, 특히 이를 특정 지역에 적용해 공포를 조장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시장 참여자는 정보를 다각도로 받아들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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