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전국여행 계획하게 된 것은 6년전 이 영화를 첫사랑과 함께 봤을 때다. 그 당시에 그 누나는 괜히 혼자 긴장하면서 본 것이 기억난다. 뭐 남자랑 단 둘이 DVD방에서 봤으니 긴장 할 만 하지. 나야 아무 생각 없었다. 그저 순수하게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영화에서 타는 클래식 바이크를 타지 못한 것이 아직도 조금 미련이 남는다. 사실 가격차이는 별로 안 났는데 그 때는 스쿠터는 헬멧 안 써도 되는 줄 알고 스쿠터를 탔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멍청한 짓이었다. 차라리 클래식 바이크를 타고 제대로 된 헬멧을 썼다면 더 안전하지 않았을까?
처음 자전거로 전국일주 했을 때 너무 힘들어서 다음에는 꼭 오토바이로 가자고 다짐했었다. 그 때 처음 열사병에 걸렸고 그 뒤로 뜨거울 때 밖에 돌아다니면 종종 그렇게 머리가 아파지곤 했다. 그 때는 너무 힘들어서 뭔가 깨달음을 얻기보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들고 아픈가를 생각했었다.(같이간 일행 중 나와 친한 형만 좀 힘들고 나머지는 너무 멀쩡했다. 심지어 그들은 담배도 피는데) 그래도 그 때 우리나라가 그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고, 이렇게 다시한번 전국여행을 할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사실 스쿠터도 처음타보는 것이기에 아무 생각없이 탔었다. 처음 1시간정도 타고 느낀점은 "너무 느리다"라는 것이다.
최고 속도가 70정도 나오고 평균 50~60정도 나오는데, 스쿠터가 무거운 기종인가 굉장히 안정감 있어서 속도감도 별로 느껴지지 않았고 좀 답답한 느낌이 지속되었다. 50cc 스쿠터니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데 그 때는 그런 개념이 없었다.
그래도 일단 시작된 여행이기에 지금 전주까지 왔다.
집은 논산인데 대전에서 시작한 이유는 스쿠터를 산 곳에 짱박혀두고(지하주차장) 논산에 가서 보험과 서류만 처리하고 장마가 끝날 무렵에 출발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 설레임 속에 느껴지던 지하주차장 냄새가 코끝에 맴돈다.
길은 일부러 큰 길은 되도록 피해서 가려 노력했다. 지방도를 찾아서 최대한 가깝게 간 것이 이 길이다. 지방도로 느리게 가다보면 평소에 못 보던 것들을 보게 된다는 점이 또한 좋았다.
지방도에서 나와 국도로 가다보면 개태사가 있다. 이 때는 공사중이었지만 현재는 다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 불교는 아니지만 이때나 지금이나 절에 자주 가게 된다. 그 조용한 느낌이 좋아서일까.
6년동안 나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도 다녀온 슬리퍼. 이번 여행도 당연히 함께한다!!
(하지만 결국 내가 개를 키우게 되면서 우리 개가 물어 뜯어 8년 함께하고 운명하게 된다.)
근데 얘 떄문에 죽을 뻔한 경험이 꽤 된다. 그래서 신고 있으면 항상 조심하게 된다. 발걸음 하나 하나 조심하게 만듦으로써 내 자신을 정진할 수 있게 만드는 효과...는 개소리고, 그냥 이 슬리퍼에 대한 집착이다.
총 77Km 약 3시간정도 걸렸다. 중간에 계속 쉬게 되는데, 스쿠터보다 내가 먼저 지쳐서 어쩔수 없이 쉬게 된다. 기름값은 4천원 들었다. 생각보다 연비 안 좋은 듯 근데 전주 시내에서 많이 먹었다. 길을 모르기도 하고 차가 많기도 해서 그 다음 날은 일찍 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유에 대한 여행인데, 훨씬 기분이 무거워졌었다. 혼자하는 여행이라 그런가. 아마 두려움도 어느정도 작용했으리라.
그래도 몸과 마음은 자유롭다는 것을 보장 받았으니까 1일차에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6년전에 자전거 여행할 때 아쉽던게 여행한 것에 대해 정리할 시간도 없었고 정리할 방법도 없었는데, 혼자여행하니 이런 점은 좀 좋은 것 같다.
최종 목적지 도착해서 밤이 되면 사실 할게 없어서, 여행한 것 정리하고 내일 목적지를 정하는 것만 하면 된다.
사실 계획없는 여행을 하려고 했는데, 1일차에 느낀것은 계획은 없어도 되는데 목적지까지 없어져 버리면 방랑자가 된다는 것이다.
덕분에 30분동안 전주시내 헤맸다. 그냥 막연히 들어가면 뭔가 있겠지... 라고 운에 맡긴 결과였다. 혼자 짜증만 나고.
전주는 가깝고, 사실 볼것도 별거 없으므로 잠만 자고 가련다. 뭔가 볼게 생기면 또 올수 있는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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