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 맞추고, 열쇠 맞추느라고 출발을 10시에 했다. 일부러 문 여는 시간에 출발하려고 찜질방에서 늦게 나왔다.
그러다보니 생각했던 일정은 한번에 부산가는 것이었는데,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닳고 통영에 게스트하우스를 잡았다.
원래 창원 들렸다가 바로 부산으로 가려했는데, 길을 보니 계속해서 산행이라 바다가 보고 싶어져 일정을 변경했다. 어차피 정해진 일정은 없었다. 선글라스는 도수있는 것으로 다시 맞췄다. 직경이 기존 안경보다 더 넓다보니 약간 어지럽긴 했다. 그래도 눈이 덜 부시니 확실히 여행 피로도가 줄어들었다.
가는길에 사천 맛집을 검색했다. 사천 맛집치면 100% 나오는 두루치기 전문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같이 잊을 수 없는 맛이라고 해서 갔다. 사실 맛보다는 사장님의 친절도와 양에 놀랐다. 맛은 솔직히 고등학교 때 먹었던 피똥 싸게 만드는 두루치기를 넘어설 수 없었지만, 그래도 신선한 고기로 만든 것이 잡내가 거의 나지 않았다.
나중에 같이 바이크 타던 친구와 다시 갔을 때도 변함없는 맛에 놀랐었다.
밥 양을 보면 가늠이 갈 것이다. 엄청 배고픈 상태인데도 비게부분은 남겼다. 내가 양이 적은 편이 아닌데도 엄청난 양이다. 그 당시에 저녁을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이 먹었었다. 다른 반찬도 준수한편이고 느끼함을 잡아주는 된장찌개도 평균 이상이다.
지역민들도 많이 찾아오는 집이었다. 사실 여행자는 나밖에 없었다. 1인분이 저 정도이니 여러명이서 가면 신나게 고기 먹을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33번 국도 타고 통영가는길에 "갈모봉산림욕장"을 갔다.
사실 이 길을 타고 올라올 필요는 없고, 정상 부근까지 차타고 올라가면 된다. 하지만 나는 처음와서 맨 밑에 스쿠터를 놓고 왔다. 다 걸어왔다. 운동 할겸 올라오는 거라 생각했다.
중요한건 낮잠 잘 장소를 찾고 있었는데, 사람이 보고 싶은 현실을 보는 것인지, 현실이 만들어지는 것인지 어떻게 운이 맞았다.
정말 지금와서 생각해도 잘 만들어진 산림욕장이었다. 잘 정리된 길에 곳곳에 낮잠 잘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해 놓은 것이 포인트다.
이런 길로 올라가면 된다. 길이 워낙 잘 정리되어 있어 별 피로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힐링"이라는 두 단어가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정말 모처럼 단잠을 잔 기억이 있다. 항상 낮잠은 달콤하지만 여기서 자던 기억은 다시 기억해도 인생에 남는 낮잠이었다.
항상 잠이 부족하던 사람이었다. 만약 고등학교때도 자유롭게 잘 수 있었다면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고등학교를 안 가는 것이 맞지만, 항상 어른들 말 때문에 남들이 다 가는길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줄 알고 살았던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안 가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살아왔던 것이 천추의 한이다. 그중 가장 후회스러운 것이 고등학교 때 더 효율적으로 공부하지 못한 것이다. 애들 수준은 높아서 물어볼 사람이 많은 것은 좋았지만, 내 생활리듬과 맞지 않는 생활에 억지로 공부하며 3년을 보낸 것이 후회스럽다.) 만약 내 자식도 나와 같은 생활패턴을 가진다면 망설이지 않고 학교가지 말라고 할 것이다. 잠이 더 중요하지 그깟 학교가 중요한가?
여기는 다시가 볼만 하다. 내가 야동부터 시작해서 영화, 책 등 한 번 봤던 것은 다시 안 보는 주의인데, 여기는 가볼만 하다. 느낌이 좋은 산이다. 방제도 잘 해놨는지 벌레도 별로 없다.
이제 통영 도착해서 게스트하우스 주인 누님께서 케이블카 타보라고 해서 혼자 타봤다. 사실 같이가라고 한 사람이 있었는데, 역시 모르는 남자들끼리 어디 같이 가는거 아니다.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생각보다 무서웠다.(아직도 케이블카는 무섭다.)
유리 한장 덕분에 내가 보는 만큼 나오지 않는 사진
케이블카는 과연 안전한 것이 맞을까? 그때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도 그렇다. 그래도 안전사고가 났다는 뉴스는 들은 적 없다. 하지만 내 세포들이 탈 때마다 비명을 지른다. 타지말라고.
올라가면 미륵산이라고 있다. 이미 충분히 높이 올라간 상태라서 금방 올라간다. 30~40분 걸린다고 써있는데, 1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정상에서 본 통영 바다 쪽 부분이다.
날씨가 좋아서 해상공원이 다 보였다. (요즘은 미세먼지 많은 날은 잘 안 보인다.)
돌에 올려놓고 사진기가 찍어준 사진이다. 누군가에게 부탁하면 포즈가 어색하게밖에 안 나온다. 타인의 시선이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구름이 흩어지는 걸 볼 수 있었다.
평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렇게 내려다보면 아웅다웅 살아가는 것이 다 부질없게 느껴진다.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휴대폰이 절벽에서 떨어졌다. 순간 욕이 나오고 "부질 없긴 뭐가 부질없어, 휴대폰 하나에 인상이 구겨지는데"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나저나 갤투는 삼성이 만든 명작이다. 이런데서 떨어뜨려도 기스만 조금 날 뿐이다. 순간적으로 아 이 폰은 끝이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멀쩡해서 놀랐다. 어떻게 이렇게 튼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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