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일차다. 시간 정말 빨리 간다. 아직 부산도 못갔는데, 통영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만큼 즐거웠다. 아마 전국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지 않았나 싶다.
아지트 게스트하우스 방명록 사진이다. 나도 핸드프린팅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생략했다.(시켜달라고 하기도 좀 뭐하고...) 이제보니 가운데 양머리는 좀 기괴한 것 같다.
약간 일본식 게스트 하우스랑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매우 좁은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려 노력한 흔적을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021년 기준으로 영업을 안 하시는 것 같다. 물론 코로나도 있지만 그 전부터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미 사라진 것 같다.)
통영에서 회도 먹었는데 사진기를 안가져가서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이 때도 저렴했지만 지금도 통영 회는 정말 저렴하다. 물론 저울치기 당하면 좀 비싸긴 해도 다른 곳 저울치기보다야 양심적인 수준이다.
통영 회값이 싸다고 주인 누님께서 말씀하셨는데, 그 말이 사실이었다. 부산에서 통영까지 회 먹자고 올만할 정도로 싸다. 생선 이것저것 큰 물고기 한 한 4마리+ 작은 물고기 6마리 정도해서 단돈 3만원!!(2013년 기준)
거기다가 판매하시는 분 긴장하게 여러곳에서 흥정하면 덤으로 작은 물고기 더 주기도 했다.
8명이서 6만원어치 먹었는데 회로만!! 야채따위 없이 회와 소주와 맥주로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2021년도 5만원어치 사면 2명이서 회로만 배 채울 수 있음)
놀라운 것은 파티모집한 형님과 동생 한명이 평택에서 군생활 했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K-55 스테이크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8명은 각자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났는데, 다 혼자 여행하는 분들이었다. 뭐 긴 얘기는 못해봤지만 덕분에 회를 먹을 수 있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통영왔는데, 소매물도나 비진도 둘중 하나는 보고 가야할 것같아서(주위에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비진도를 골랐다. 사실 처음에 왜 일본어를 쓰나 싶었다. 비진은 미인이라는 뜻의 일본어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일제 시대 잔재 인가? 싶었는데, 뭐 다른 설이 있었다. 그래도 옛날 이름은 미인도 였단다. 하여튼 에메랄드 빛 바다를 볼 수 있다고 해서 가봤다.
가는길 바다. 통통배까지는 허름한 배에 다들 누워서 가길레 좀 당황했다. "여긴... 중국인가?"싶었다.
생각보다 굉장히 작은 배를 타고가서 놀랐다. 그리고 사람들도 많았다.
배에 부딪히는 파도를 보다보면 계속해서 보게 된다. 마치 불을 보고 멍때리는 것과 같이.
한번 또 이 장소와 함께 사진을 담아본다.
지금와서 보면 이때도 미세먼지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날씨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비진도 도착했다. 앞에 두분은 어제 같이 회먹은 일행중 2명이다. 비진도 간다길레 같이 갔다. 배에서 내리고 바로 헤어졌지만. 계속 같이 다니자니 뻘쭘한 것도 있고 한시라도 빨리 나와 멀어지고 싶어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아마 본인들도 불편했던 것이겠지.
우리를 실어준 배. 정말 작다. 파도가 심하면 정말 무서웠을 것 같다.
저 산이 이제 내가 오를 산이다.
군생활 중 포탄피 수거 임무를 수행할 때 나와 부하들은 존나 무거운 포탄 18KG 두개씩 잡고 뻘을 지나가고 있는데, 저 갈매기 놈들이 유유자적하며, 마치 약올리듯 울어댔던 것이 생각나서 찍었다.
그 당시에는 정말 찢어 죽이고 싶었었는데. 지금은 사실 별 감흥이 없다. 그냥 새일뿐이다. 사람의 감정이 정말 부질없는 것이라서 그 순간이 지나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복수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하면 그런 것을 한들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오히려 그런 감정을 계속 키우면 자기 스스로 감정에 먹혀버린 꼴이 된다.
나는 좀 높은 곳에서 보면 다를줄 았다. 그래서 계속 위로 올라갔다. 이 전에 가져온 팜플렛에는 300몇미터 밖에 안 된다고 나와있었다.
길도 그럴듯하게 나 있어서 그냥 아무생각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경사가 점점 가파르게 변하더니, 체력적으로 조금 무리가 갈 정도가 되었다.
처음엔 흙길로 시작했지만
올라갈수록 돌길이 나온다.
게다가 벌레들이 뛰어다녀서 신경쓰였다.
첫 번째 전망대.
근데 이 시점에서 서서히 해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 회의감도 함께 올라오기 시작했다. 왠지 올라가도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았다.
해무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흔들바위라는데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넘어졌다. 신발이 저래서 미끌어질 수 밖에 없다. 저 신발이 일반적으로 편하지만 이런 길에서는 불편하다. 또한 바닥이 완전 평평해서 미끄럽다. (어딜가나 저 신발과 함께였지만 유기견을 입양하면서 개가 물어뜯어 운명했다.)
길 이름은 바다 백리길이다.
드디어 정상 도착.
선유봉!
312미터밖에 안 되는데 너무 힘들었다.
바람과 해무 뿐이었다. 정상은.
아... 다 부질없다. 무슨 부귀 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 올라왔지?
내려가다 보니 배가고파서 사가지고 온 충무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사실 별로 맛은 없었다. 그냥 돈아까운 맛이었다.
이런 것을 4천원에 팔다니... 양심도 같이 파는 것일까?
그래도 안 사왔으면 큰일날 뻔 했다. 여긴 식당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진암이라고 해서 좀 기대했는데 닫혀있었다.
관리 안 한지 좀 오래되어 보인다.
그리고 간 곳은 노루여울. 저 절벽으로 노루 떨어뜨려 잡았다는 설에서 유래한다. 여기가 경치가 제일 좋다.
노루여울 옆에 있는 바위.
여기서도 이 공간과 나를 남기고 싶었다.
무서운 점은 내가 이 섬 한바퀴 돌때 사람이 한명도 안보였다는 점이다. 만약 사고 났으면 한 1주일 정도 지나서 썩을 때쯤 발견되지 않았을까?
혼자 다니면 위험하다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가 싶었다.
내려와서 맥주 하나 사서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물도 3시간 동안 못 먹고 산을 탄 후 먹는 맥주라 맛을 글로 설명할 수가 없다.
이제 다시 육지로 가는 배를 탔다.
비진도 다녀오니 5시이다. 원래 오늘 부산까지 가려 했으나, 불가능해서 일단 마산까지 달리기로 했다. 약 60Km 되는 거리다. 한 반절쯤 오니 해가 저물어 간다.
중간에 옥수수까지 사서 쉴 때마다 먹고 있다. 생각보다 옥수수가 너무 익었을 때 수확해서 딱딱했다.
내 보니따가 갑자기 오늘 시동이 잘 안걸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주차한 앞집 사장님이 안 걸리는 소리 듣고 나오셔서 도와주셔서 걸었다. 순간 내 여행은 통영에서 끝인가 싶었다. 이때부터 스쿠터에 대한 불안감이 생겼다.
늦은 저녁 마산 도착해서 원래 따듯한 콩국이 있다고 해서 그거 먹으려 했으나, 너무 멀어서 그냥 두부 전문점을 갔는데 의외로 분위기가 좋았다. 토담두부 인가?
에피타이저. 혼자와서 먹어 미안했는데 이렇게 다 챙겨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이건 좀 달랐다. 순두부가 좀 진한 맛이있어서 그냥 먹어도 맛있었다.
비지찌게 시켰다. 순간 3가지 음식 된장, 비지, 순두부 중에 고르라고 했는데 내가 왜 비지를 골랐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맛있었다. 밑반찬도 맛있고, 배고파서 그런가 미역줄기 볶음 원래 안 좋아하는데 너무 맛있었다. 깔끔한 맛이었다.
후식으로 식혜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식당의 분위기가 좋다.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부산을 내가 왜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상징적인 것일까?
솔직히 이제 가까워져서 가면 금방 가긴하는데, 가서 그 큰 도시에서 뭘 해야 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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