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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전국여행기

다시쓰는 전국여행기 10일차

by 인생오십년 2021. 2. 23.

이제 집에 가려고 대전까지 찍었더니 딱 중간이 충주다. 그래서 충주까지 가려고 네이버지도를 찍었다. 그러다 영월을 가게 되었다. 

 

 

 

영월에 중동면에 있는 백반집이다. 사실 그냥 배고파서 기대 안하고 들어갔는데, 먹다가 너무 맛있어서 찍었다.

 

9첩 반찬 중 맛없는게 없다. 하나도 남김없이 먹었다. 밥도 한공기 더 먹고. 오랜만에 맛있게 먹은 밥이었다. 

 

 

여기서 이빨을 닦았다. 자유여행하다보면 항상 읍면사무소는 좋은 화장실이다. 거의 항상 열려있고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다. 게다가 주차하기도 편하다. (주말에 잠겨있으면 당직하시는 분에게 부탁하면 된다!)

 

 

 

 

이제 영월에 도착했다. 영월역은 좀 특이하게 한옥식으로 생겼다. 

 

 

 

언젠가 날이 좋으면 레프팅하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10년이 지나도록 한번도 안 했다. 물에 빠져 죽을뻔 한 뒤로 물과 관련된 레저는 생각 안 하게 되는 것 같다. 수영장도 몇년동안 못 갔으나 이제는 갈 수 있다. 어차피 발이 닿기도 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따지면 무서울 것이 없다. 하지만 물에 대한 공포는 잊을 수 없다. 

 

영월에서 제천으로 가려했으나, 이정표 따라서 갔는데 갑자기 자동차 전용도로가 나와 당황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역주행 해서 빠져나온 뒤 길을 잃었는데, 단양으로 가는 길 같아서 계속 갔더니 단양이더라. 헤메다 보니 시간도 얼마 안남고 해서 오늘은 단양까지만 갔다. 길이 안 좋으니 밑에 지방처럼 몇 십키로를 하루에 갈 수가 없다. 

 

단양 8경 중 으뜸은 이 삼봉이란다. 

 

 

비온뒤 물안개 까지 껴서 분위기가 묘하다. 

 

 

 

 

그리고 바로 옆에 산을 올라가면 석문이라고 있는데, 그냥 구멍뚤린 큰 바위다. 

 

 

 

물안개 덕분에 오묘한 분위기를 볼 수 있다. 

 

사진의 20퍼센트가 손상되서 복구할 수 없었다. 다행이 집에서 쓰던 프로그램 찾아서 복구했다. 순간적으로 사진들 다 잃어버렸구나 하고 생각하니 의욕이 완전 떨어졌다. 마치 공들여 만든 작품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이 여행에 무슨 의미가 있지? 하는 회의감마저 들었다.

 

사진이 별로 안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내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 사진도 내 경험의 일부고, 경험의 증명이었다.

 

그리고 고한에서 내려오는 길에 스쿠터가 고장났다. 1시간 동안 씨름해도 시동이 안 걸려 그냥 어차피 내리막이길레 시동없이 쭉 타고 내려왔다.

 

그런데 내려오니 다행스럽게도 수리점이 있는 것 아닌가!!!

 

완전 오아시스 찾은 기분이었다.

 

점검결과 문제는 스트롤 옆에 있는 스위치를 잘못 눌러놔서 그랬던 것이다. 이제까지 그 스위치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실수로 아마 내가 누른 것 같았다. 수리점 아저씨가 "시동 잘 걸리네?" 하셔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저 감사하다고 하고 왔다. 나는 1시간 동안 씨름해도 안 되는게 아저씨가 5분 만지더니 된다. 왜 그 스위치를 눌러볼 생각을 안 했을까? 

 

살다보면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간단한 것인데 그 동안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들. 그래서 손해를 보거나 고통을 감수해야 했던 부분들이 있다. 그것이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 마음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그 스위치가 그 위치에 눌려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처럼. 몇 시간동안 그 스위치를 눌러볼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원래 그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생각이 고착화 된다는 것은 상당히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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