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에는 매우 인상 깊은 인용구절이 있다.
신보수주의자들이 어떻게 서민들을 (미국 정치사로 말하면 남부 사람들을)
그들의 이해관계에 정확히 반하는 정당 (공화당)에 표를 던지도록 만들었나에 대한 설명이었다.
어떻게 사람들이 자신의 이해에 반하는 정당을 지지하게 (그것도 열렬히 지지하게) 만들 수있는가?
답은 ‘증오와 두려움’을 통해서다.
미국에서 그 마법의 키워드는 ‘흑인’이었고, 대한민국에서는 ‘빨갱이’ 혹은 ‘전라도(경상도)’같은 것들 이었다.
심리학에서 유명한 ‘최후통첩 게임’의 예를 들어보자.
여기 갑과 을 두 사람이 있다.
실험자는 (이것은 정말 실험에 불과하다!) 갑과 을에게 100달러의 돈을 준다.
이 때 갑에게 우선 100달러를 주고, 갑에게 그 배분률을 정하게 한다.
갑은 배분률을 임의로 정하고, 을이 갑이 배분한 돈을 받아들이면, 두 사람은 배분률 대로 돈을 챙길 수 있다.
을이 거부하면 두 사람 다 돈을 받지 못한다.
이것이 단지 실험일 뿐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 하도록 하자! 만약 ‘을’이 합리적이라면, 갑이 설혹 단돈 1달러를 배분한다 하더라도 (갑 99달러, 을 1달러) 을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유리하다. 어쨌든 공돈이 1달러 생기므로.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여러 차례 실시된 이 실험의 결과는 놀라웠다.
지역, 문화, 연령, 학벌을 막론하고 ‘갑’의 ‘공평하지 않은 배분’에 대해서는 ‘을’이 자신의 손해를 무릅쓰고 거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자신의 손해를 무릅쓰고서라도 기꺼이 개인의 심리적 분노(거부감)를 표출 하려는 성향을 보였던 것이다.
이 사례를 정치공학에 접목시키면 어떻게 될까?
멀리 갈 것 없다.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 한국의 친일파, 보수정당, 혹은 진보정당들이 써먹은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에서 그들의 그들의 구호는 이렇다
“깜둥이들이 우리의 권리, ‘의료선택권’을 빼앗아 가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온 국민이 고루 혜택을 볼 수 있는 국민의료보험제도 대신 민간보험제도를 지지합시다.”
한국 사정으로 바꾸면
“전라도(경상도) 놈들이 득세하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러므로 국민의힘(또는 더불어민주당)에 한 표를 찍어야 합니다!”
"부자들이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합니다!"
위 문장들에서 '그러므로'로 연결되는 두 문장 사이에 거의 아무런 논리적 연관성이 없음을 주목하라. 얼마나 쉬운가?
무엇이든 대중의 두려움과 적개심을 자극하는 문구를 앞에 넣어라!
그 다음에 아무 구호나 (설혹 그게 앞의 문구와 전혀 관계가 없거나 모순되는 말이라도 상관없다.)
우리가 원하는 구호를 집어 넣어라.
그러면 사람들은 설령 그것이 자기 발등에 칼을 찍는 짓이라도 자신의 두려움, 분노를 표출하기 위하여 기꺼이 그 구호를 외치는 자(정당)를 지지할 것이다.
‘깜둥이들 꼴 보기 싫어서’ 그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국민건강보험제도를 거부할것이다.
‘전라도(경상도) 놈들 잘되는 꼴을 볼 수가 없어서’ 빈민들은 부자를 위한 정당(정책)에 기꺼이 한 표를 던질 것이다.
타인들을 비난하면서 '우리'를 강조하는 자들을 조심하라.
그들이 비난 다음에 슬며시 끼워넣는 자기주장을 냉정하게 판별하지 못한다면 당신의 존재는 그저 1표 토해내는 쓰레기와 같이 취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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