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은 지자체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방행정의 권한을 대폭 늘려, 사업비가 많이 드는 관광인프라나 외곽순환도로 같은 굵직한 사업을 중앙정부 눈치 볼 것 없이 진행 할 수 있습니다.
지방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연관이 있을 수 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시민들이 지역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나라 예산 규모가 작을 때는 적은 돈을 효율적으로 한 곳에 집중투자(포항제철이라던가...)해서 전략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400조가 넘어가면 중앙정부에서 빠르게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방분권제가 더 유리합니다.
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나봅니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시민의식이 높은 수준에 와 있을 때 이야기 입니다.
우리나라 지방도시 대부분은 토착세력 카르텔이 있습니다. 그 예로 엘시티 비리 관계자 처벌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지방분권은 민주화된 봉건제와 같습니다.
왕은 군수, 귀족은 토착세력 및 의원, 기사계급은 지역 상인 또는 토호들, 농노는 일반 국민들이 되는 겁니다. 다만 왕과 귀족을 투표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만들 뿐입니다.
하지만 개천에서 용 나나요? 항상 부자들만 군수와 의원이 됩니다. 그럼 봉건제와 다른 것이 있을까요? 게다가 각종 의원직은 이미 세습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정치인이면 아들, 또는 딸이 정치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왜 애써 더 비효율적인 정치체계로 가려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마치 이를 통해 민주주의가 더 발전할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웃깁니다.
실제로 지방분권은 시민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토착세력과 그와 맞물린 정치세력의 권한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까지는 도시와 시골에서만 빈부격차가 이루어졌다면 지방분권제도 하에서는 시골 내에서도 그 빈부격차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로 바뀌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고대 그리스의 몰락을 다시한번 기억해야 합니다.
당시의 정치 지도자들은 국가의 미래에 대한 관심과 국가에 대한 사명과 헌신 보다는 정권욕에 사로잡혀서 국민들에게 아첨하고 국민들을 기만하였습니다. (고대 그리스는 도시국가로서 여러 작은 도시국가들로 구성되었음으로 시민이 바른 표현이지만, 여기서는 국민으로 표기하겠습니다.)
오직 정권 유지나 탈취를 위하여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웠다고 합니다. 국민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지 않고, 국민에게 아첨하고, 온갖 달콤한 말로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유혹하였습니다.
무엇보다 그 국민들도 나라의 미래보다 우선 자신의 배를 채우는데 관심을 두었으며, 그런 자신들을 위한 정치인을 원했습니다.
실질적인 원인은 경제적인 원인이 크지만 그런 경제정책이 왜 나오고, 왜 그런 전쟁을 했는지 살펴보면 그 근본은 "국민"에게 있었습니다.
프랑스 정치학자 알렉시스 토크빌은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촟불로 박근혜 몰아냈다고 해서 우리의 수준이 높아진 것이 아닙니다.
과연 현재 우리가 지방분권제로 개헌을 해도 될 정도의 수준을 가진 국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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