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팽창이 부의 재분배를 가져온다는 말은 그다지 직관적이지 않다.
은행이 부분 준비금 제도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수표 화폐는 가짜 돈을 몰래 찍어내는 것과 같다.
이 '가짜 돈'을 처음 받은 사람은 먼저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실컷 음식을 시켜 먹는다. 최초로 가짜 돈을 사용한 사람에게는 시장 물가가 원래 수준이다. 그래서 그의 손에 있는 가짜 돈과 똑같은 구매력을 지닌다.
레스토랑 주인은 가짜 돈을 받아 옷을 한 벌 사 입음으로써 두 번째 수익자가 된다. 이 때는 아직 가짜 돈의 유통량이 시장에서 나타날 정도가 아니라 물가 변동이 없다.
그러나 가짜 돈이 여러 명의 주인을 거치고 점점 많은 가짜 돈이 유통되면서 시장에서는 그 영향이 나타나고 물가는 점점 상승하게 된다.
가장 재수가 없는 사람은 가짜 돈을 손에 넣기 전에 물가가 전면적으로 상승해버린 경우다. 그들 손에 있던 돈은 물가가 상승하면서 점차 구매력을 잃어버린다. 즉 가짜 돈과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부가 이전되고, 가장 멀리있는 사람의 돈이 빼앗기는 꼴이다.
현대에서 은행 제도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은 부동산이다. 반면 노인연금에 의지해 살아가거나 착실히 저축을 해온 사람들은 가장 큰 피해자들이다. 따라서 통화 팽창 과정에서 빈자의 부가 부자에게 이전된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어떤 식으로 통화팽창이 일어나는가?
첫 번째 단계, 의회가 국채 발행 규모를 승인하면 재무부가 국채를 다양한 종류의 채권으로 설계한다. 그중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T-Bills(Treasury Bills)라고 하며, 2~10년 만기 채권을 T-Notes, 30년 만기 채권을 T-Bonds라고 한다. 이러한 채권은 각각 다른 발행 빈도수와 시간대에서 공개시장에 경매로 팔린다. 경매에서 끝까지 팔리지 않은 국채를 재무부가 연방준비은행으로 보내면 연방준비 은행이 액면가로 전량 사들인다. 이러한 국채는 연방준비은행 장부에 증권자산 항목으로 기재된다.
국채는 미국 정부가 미래에 받을 세금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취급된다. 연방준비은행은 이 국채를 획득한 후(자산) 이를 이용해 '부채'를 만드는데, 이것이 곧 연방준비은행이 발행한 연방준비은행 수표다.
사실 연방준비은행이 발행한 수표는 단 1원도 보장되지 않은 '공수표'다. 연방준비은행은 정부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수입을 챙기는 한편 정부는 편리하게 화폐를 얻을 수 있지만, 지폐를 대량으로 찍어낸 흔적은 남지 않는다. 연방준비은행은 공수표를 발행했지만 회계 장부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국채는 '자산' 항목에, 화폐는 '채무' 항목에 기재함으로써 차변과 대변 금액이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이를 통해 미국 정부는 앞으로 들어올 세금을 미리 저당 잡히고 민영 중앙은행에서 달러를 빌려온다. 민간은행에서 돈을 빌려오기 때문에 정부는 거액의 이자를 빚지게 된다.
두 번째 단계, 연방정부가 연방준비은행이 개설한 연방준비은행 수표를 받아 배서하면 이 신기한 수표는 다시 연방준비은행에 입금된 다음 '정부 저축'으로 둔갑해 정부의 연방준비은행 계좌에 입금된다.
세 번째 단계, 연방정부가 돈을 쓰기 시작하면 크고 작은 금액의 연방 수표들은 '첫 번째' 화폐의 흐름이 되어 각 경제 주체로 흘러 들어간다. 이러한 수표를 받은 회사와 개인이 자신의 상업은행(시중 은행, 일반 은행) 계좌에 입금하면서 수표들은 '상업은행 저축'으로 변한다. 이때 돈은 '이중성'을 드러낸다. 일단 예금주가 입금한 이 돈은 은행의 부채에 속하며 언젠가 주인에게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은행의 자산을 구성하므로 대출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회계 장부 항목에는 모든 것이 평형을 이루어 동일한 자산은 동일한 채무를 구성한다. 상업은행은 이때 "부분 준비금"이라는 수단을 사용해 화폐를 창출할 준비를 한다.
네 번째 단계, 상업은행이 은행 장부상의 저축을 '은행 지급준비금'으로 재분류함으로써 단숨에 저축은 은행의 일반 자산에서 새끼를 칠 수 있는 '지급준비금'으로 변한다. 부분 지급준비금 체제에서는 10%만 남겨놓고 90%를 대출로 운용한다. 따라서 이 90%의 돈이 은행에서 신용대출로 이용되는 것이다.
은행에서 발생한 대출금은 원래의 저축이 아니라 완전히 무에서 창조한 "새로운 돈", 즉 가짜 돈이다. 이 새로운 돈으로 인해 은행이 보유한 화폐 총량은 기존 돈보다 90% 증가한다. 새로운 돈이 기존의 돈과 다른 점은 은행에게 이자수입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횟수가 거듭되면서 통화량 팽창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20번 정도 순환 사이클 동안 1달러의 국채는 10달러에 해당하는 화폐 유통량을 만들어낸다.
출처: 화폐전쟁, 쑨훙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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