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구입 전 가장 중요한 것부터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1. 주변 농가
농사는 혼자 또는 고용한 일꾼과 함께 짓지만, 그 기반시설은 아닙니다. 주변 농가와 어쩔 수 없이 공유해야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예를들면 지하수, 농로, 농수로 등이 있습니다.
특히 지하수 같은 경우 보통 건수(소공, 지표에서 10~30m 판 지하수)를 쓰시는데, 여러 농가와 공유하다보면 반드시 분쟁이 생깁니다. 특정 지하수 관정을 본인 소유로 쓰신다고 해도, 근처(사방 100m) 지하는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한쪽이 과다하게 쓰면 반드시 부족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럴 때 주변 농가 성향에 따라 그 땅은 지옥이 될 수도 있고, 분쟁을 슬기롭게 해쳐나갈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구입 전 그 주변 사람들(마을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해야 합니다. (누가 그 땅에 농사 짓는지, 성품이 어떤지, 등등)
주변 농지를 다 사면 이런 걱정 안 해도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농로길도 마찬가지입니다. 길은 원래 공공재입니다만, 시골 길중 많은 길이 "사유지 도로"입니다. 즉, 남의 땅에 길을 낸 상태입니다. 물론 법적으로 사유지라도 도로로 지목이 되어 있다면 막는 것은 불법입니다.
하지만 시골은 법보다 땡깡이 더 가깝습니다. 그냥 막아버리면 법이고 나발이고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법적 조치 들어가도 판결나고 강제집행하기까지 최소 6개월~1년은 잡아야 합니다. 그 사이 농기계나 차가 들어갈 수 없었던 내 밭은 쑥대밭이 되어 있겠죠. 아니면 수확시기를 놓쳐서 다 썩어 있거나. 그래서 반드시 함께 공유재를 쓰는 사람들의 상태를 알아야 합니다.
2. 전기
농업용 전기는 어디에서나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단상 이야기고, 3상을 끌어다 쓰는 것은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잠깐 3상과 단상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자면, 3상 전기와 단상 전기는 전기를 사용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먼저, 3상 전기는 전기를 세 개의 신호로 나눠서 사용해요. 이 세 개의 신호는 A상, B상, C상이라고 부르고, 서로 120도씩 차이가 나게 배치돼요. 이렇게 하면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주로 공장이나 큰 기계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한편, 단상 전기는 하나의 신호만 사용해요. 가정이나 작은 상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기입니다. 단상 전기는 3상에 비해 간단하게 사용되지만, 큰 기계나 공장에서는 3상 전기가 필요합니다.
겨울에 재배하는 작물이 아니거나 저온창고가 필요 없다면 단상만 써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온풍기나 저온창고가 있어야 한다면 3상 전기는 필수입니다. 그리고 3상전기를 쓰면 전기 허용양에 상당히 여유가 생겨서 나중에 승압할 필요가 없어 좋습니다.
하지만 3상 전기는 아무 곳이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근처에 3상 쓸만한 곳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단상만 들어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곳에 3상 전기를 끌어다 쓰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갑니다. 저희 아버지도 3상전기를 1km이상 끌어오는데 약1000만원 정도 비용이 소요되었습니다.
만약 근처 농가에서 이미 3상을 쓰고 있다면 1천만원 벌고 시작하는 셈입니다.
3. 물
지하수 이야기를 또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웃과의 분쟁문제 말고도 물 자체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최근에 스마트팜이 유행하면서 수경재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수경재배의 핵심은 물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가 대관정(50m이상 대형 관정)을 뚫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대관정을 뚫어도 물이 나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그 지역이 역사적으로 어떤 지역이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금강 주변지역은 옛날에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염류가 지하수 깊이 파고들어 있습니다. 그런 지역에서는 아무리 깊게 파도 염류가 높은 물이 나옵니다. 염류는 EC를 높이고 이렇게 EC가 높은 물은 양액재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지역 농가들은 정수필터를 달거나 최근에는 맑은물 사업이라는 농협 사업을 통해 금강물을 정수해서 공급받고 있습니다.
간수도 주변에 축사나 공장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하고, 내가 지하수 쓸 위치보다 더 낮은 곳에서 하우스 농사를 짓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반경 200~300m 정도면 충분합니다. 만약 그 안에 다른 농가, 축사, 공장이 있다면 고갈되거나 오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며, 시설 온실은 외딴 곳에서 혼자 짓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하우스 밀집되어 있는 곳에서 지으면 처음에 주변에서 알려주고, 자재도 공유하고 좋을 것 같지만, 옆집에서 병 생기면 바로 우리집으로 오고, 해충 생기면 바로 날라와서 우리집도 번집니다. 좋은 것이 사실 단 한가지도 없습니다. 기술자문은 근처 농업기술센터에서 받으시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자재는 가능하면 본인 자금으로 보유하는 것이 속편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많은 분들이 좋은 땅 얻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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