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972년부터 2000년까지 연준발 인플에이션은 주식시장의 종합주가지수와 묻지마 투자자들에 의해 팽창된 퇴직연금401k 계좌 속에 모습을 감추었다. 걷잡을 수 없는 연준발 인플에이션이 반격을 위해 10년 동안 주식시장 파티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징후는 가격과 기업 이익흐름의 관계가 깨진 데서 포착할 수 있었다.
통화 팽창이 일어나지 않는 건전화폐 세계에서는, 주가가 회사의 미래 현금흐름을 고스란히 반영하는가 하면 회사 성장률이 실물경제의 장기 성장률의 2~3% 밑으로 꺾이게 된다.
성장주의 대명사 나스닥 기술주들도 이런 법칙의 예외일 수 없다. 대부분 고성장 혁신과 발명은 기술의 변위를 의미할 뿐 근본적인 경제 수치와 기업 수익의 변화까지 내포하지는 않는다.
말 채찍이 내연기관 자동차의 가속 페달과 같은 기술로 전환된 것을 떠올려보자. 일단 기존 기술이 수년에 걸쳐 새 기술로 전환되고 나면 고성장 기업의 성장은 실질 GDP 성장 정도 수준에서 멈추게 된다. 신기술을 보유한 성장주들의 높은 성장률에는 최종 수요 급증이 아닌, 기존 기술에서 새 기술로의 단발성 전환만 반영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페이스북은 빠르게 성장해온 기업임에도, 수익과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 수요의 성장 속도는 전체 GDP보다 실제로 약간 느리다.
옥외 광고판, 신문, 잡지, TV에서 페이스북 광고 전환이 마침내 끝나면 페이스북의 성장률은 연 2~3%대로 수렴될 것이다. 수십년간 거듭 증명되었듯 광고 시장의 먹거리는 그게 전부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제 사명을 "메타"로 바꾸고 가상현실에서 환상적인 새로운 사업을 구축하려 한다. 누가 좋아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전자상거래도 비슷하다. 아마존의 매출은 금융위기 직전 최고점을 찍은 2007년 이후 연 28%증가한 반면, 총 소매 매출은 아마존 매출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연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커다란 격차는 기술의 변위, 즉 소매 판매 채널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전자상거래로 전환된 한 차례 기술 혁신 덕분이었다.
하지만 아마존은 오프라인 소매 시장을 전자상거래로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며 전자상거래 판매에 지속적으로 방어 가능한 독점권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제프 베조스가 달을 정복한다 해도 결국에 아마존 성장률 역시 연 2~3%로 꺾일 것이다.
실제로 아마존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가장 큰 부문은 전자상거래가 아닌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다. 하지만 개별 장치에서 클라우드로 전환된 것도 단발성이긴 마찬가지다. 이 이전이 끝날 즈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같은 획기적인 아이템의 성장률도 한 자릿수에 그칠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초반에 빠르게 성장해도 나중에는 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운 유명 레스토랑 체인점, 소매점, 피트니스클럽과 같은 서비스 사업을 통해 우리는 너무 높은 PER이 바보 같은 게임일 뿐이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결국 모든 고성장 기업은 측면으로는 매력적인 신사업이라는 무기를 든 경쟁자의 공격을, 정면으로는 한 자릿수 GDP 성장률 철칙의 공격을 받는다.
핵심은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기업의 성장이 낮은 GDP 성장률보다 못하게 될 때 투기꾼들도 주식에서 얻을 수 있는 부에서 멀어진다."라는 점이다.
-만들어진 붕괴(데이비드 A.)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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