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 도착하니 새벽이었다. 당연히 호텔(오레엔탈 익스프레스) 체크인이 되지 않았다. 너무 피곤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짐만 맡겨달라고 부탁하고 거리로 나왔다.
거리에도 아무도 없었다. 말 그대로 새벽길이었다.
돌아다니다 보니 시장기가 돌아 아침을 먹었다. 토마토 소스가 들어간 것에 빵을 찍어먹으면 너무 맛있다. 에그인헬이랑 비슷한 맛이다. 물론 향신료가 더 들어가서 다채로운 맛이 났다.
"우리나라처럼 치안이 잘 되는 곳이었나" 라는 의문을 뒤로한 채 일단 좀 씻고 싶어서 하맘(일명 터키탕)을 찾아 다녔다. 이마저도 대부분 10시에 열고 한 곳만 8시에 연다고 했다.
어렵게 찾아가서 첫 손님이 되어 목욕을 하는데 딱히 몸을 담그는 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충 샤워하고 때밀어주는 서비스를 받았다. (오해할까봐 언급하지만 당연히 남자가 밀어준다.) 같이 간 형님은 가슴털 수북히 난 남자가 밀어줘서 당황했다고 한다. 털이 자기 살에 닿아서 2차로 당황스러웠다고.
형님이 이 여행에 오기 전에 터키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고 연락이 닿아서, Marmaray Yenikapı İstasyonu에서 기다렸다. 터키는 길고양이 엄청 많다. 강형욱이 그랬던가? 동물을 대하는 그 나라 사람들을 보면 그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터키는 고양이들과 개들이 인간과 공존하는 도시다. 누구도 그들을 괴롭히지 않는 것 같다. 처음보는 나에게도 고양이가 잡힌다. 그 정도로 길고양이가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것을 처음 봤다.
벌써 점심시간이라 같이 온 터키 친구와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대충 시켰는데 양이 꽤 많다. 그리고 터키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여기서는 음료로 밥이랑 요거트랑 먹는다고 한다. 일반적인 요거트는 아니고 좀 짠맛이 강한 요거트다.
밥을 먹고 배를 타기로 했다. 배를 타러가는 길에 터키친구가 터키 왔으면 이거 먹어봐야 한다고 해서 피클을 샀다.
충격적인 짠맛이었다. 이 국물을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피클 진짜 싫어하는데 굳이 또 먹어봐야 한다고 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먹었다. 차라리 한국 피클은 달기라도 하지 짜고 시고, 게다가 나는 미각장애가 있어 신맛을 짜게 느껴 극한의 짠맛으로 느껴졌다.
날씨가 좋아서 정말 상쾌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의 맛이었다. 전국여행 이후 오랜만에 느끼는 그 바람이었다.
배 안은 사람들이 많았다. 음료수도 돌아다니면서 팔아서 불러서 달라고 하면 준다. 사실 비싼 가격이었지만 이 당시 리라화 폭락으로 인해 우리에게 전혀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터키에 모스크가 하도 많아서 어떤 것인지 기억은 안 난다.
그 안에 들어가면 공간감에 압도된다. 터키친구가 기도하는 중에 우리는 바닥에 앉아 천장을 감상했다.
이렇게 큰 개도 목줄 없이 다닐 수 있는 나라다. 물론 무섭기 때문에 스다듬지는 않았다. 자세히보면 귀에 식별고리가 채워져 있어 관리받는 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이렇게 개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시민의식을 가진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토종견들의 사회화도 필요하고, 보신탕의 양성화도 필요하고, 사람들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난관이 많겠지만 언젠가 시민의식이 향상되어 터키와 같은 개와 고양이의 천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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